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양 교수는 한지에 붉은 색과 보라색, 푸른색과 녹색 바탕에 성작과 성체, 십자가 등을 배치해 이색적인 화면을 창출하기도 했다.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지역 원로 한국화가 월아(月娥) 양계남 전 조선대 교수가 4일 별세했다. 평소 그를 존경하던 제자들은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살아 생전 추억과 기억을 공유했다.
보성출신인 양 교수는 의재 허백련 문하에서 한국화를 배웠으며 조선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오랫동안 조선대 미술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지난 2010년 정년퇴임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그림과 함께 살아온 고인은 정년퇴임을 기념해 자신의 호를 딴 월아미술상을 제정해 한국화를 전공한 후학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고인은 고교 시절부터 의재 허백련으로부터 사군자를 익혔으며 문기 넘치는 작품을 구사한 초기와 달리 70년대 후반부터는 전통 민예품의 장식을 화면에 도입하는 등 변형을 시도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는 수묵화의 전통을 벗어나 색채 산수화에 천착했다. 2000년대 이후로는 채색산수와 함께 종교적 염원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병행해왔다.
고 양계남 교수(가운데)의 제자사랑은 유명하다. 사비를 털어 장학금을 만들었고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 진심을 다한 선생으로 기억되고 있다. 사진은 제자들의 작품전시회장을 찾은 모습. |
특히 고인의 트레이드마크인 난꽃잎 준법은 무령왕비관의 초화(草花)형태의 관식(冠飾)을 양식화 하고 한켠에 부채모양의 공간을 설정해 사슴의 형상을 배치하는 설화적 요소를 도입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양 교수는 한지에 붉은 색과 보라색, 푸른색과 녹색 바탕에 성작과 성체, 십자가 등을 배치해 이색적인 화면을 창출하기도 했다.
제자들은 “조선대 한국화 졸업생들로 이루어진 선묵회를 중심으로 올해의 미술상을 제정해 제자들을 후원했다”며 “학부에도 매년 2~3명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서 전시회를 열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고인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