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빈소 입구에 별도 설치된 그의 영정 사진을 보며 친인척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남원)=황성철 기자]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구명조끼 입었어요?”
20일 유가족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20) 상병은 전북도 소방본부에서 27년을 몸담은 소방대원의 외아들이었다.
전북 남원지역 안전센터에서 현직 소방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부친 채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아내와 전북 남원에서 경북 예천까지 245㎞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들이 실종된 지점에서 부친은 해병대 중대장을 향해 “구명조끼 입혔어요? 입혔냐고, 왜 안 입혔냐고요, 그게 그렇게 비싸요?”라며 반문했다.
이어 “지금 세상에 물살이 이렇게 센 데,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죽겠네 정말, 기본도 안 지키니까”라고 격분했다.
곁에 있던 아내는 “착하게만 산 우리 외동아들이에요, 혼자 있어요, 어떻게 살아, 어디예요? 못 찾았어요?”라고 울부짖었다.
채 상병은 전북 남원이 고향으로, 전주에서 대학에 다니다가, 1학년을 마치고 해병대에 입대해 지난 5월 수료식을 치렀다.
1990년대 중반에 임용된 채 상병의 부친(57)은 아내와의 결혼 생활 10년 차에 어렵게 외아들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애지중지 키운 아들은 20살의 꽃다운 나이에 피지도 못하고 부모 곁을 떠났다.
부친 채씨는 해병인 아들과 지난 18일 2분의 전화 통화에서 “물 조심하라”고 한 말이 지상에서 마지막이 됐다.
아버지의 당부는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가 됐고, 외동 아들은 그렇게 허망하게 떠났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의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해병대원들이 조문하고 있다.[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