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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풀기 좋아하고 가족 뒷바라지 만 어머니”…전남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 빈소 ‘눈물과 회한’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오모(67) 씨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함평)=황성철 기자] “어머니는 주위 사람들에겐 베풀기 좋아하셨어요. 가족 뒷바라지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 오모(67) 씨의 장남 A씨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이 믿기질 않는다는 듯 눈물을 삼켰다.

오씨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27일 하천 수문을 살피다가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아들 A씨는 하얀 꽃에 파묻힌 고인의 영정사진을 한없이 바라보다가 충혈된 눈에서 흐른 눈물을 검은 상복으로 닦아냈다.

이내 “살가운 아들이 아니라서, 효도 한번 하지 못한 아들이라서 죄송하다”며 “어머니는 ‘책임감이 강한 여장부’였다”고 회고했다.

사고가 난 지난 27일 밤에도 지역 유일의 여성 수리시설 감시원이라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섰다.

폭우로 넘실대는 하천 수문 6개 중 닫혀있던 3개를 열었는데, 수문이 수초에 걸려 열리지 않자 기다란 도구를 이용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결국 오씨는 구조대원의 수색 이틀째인 지난 29일 수리시설로부터 1㎞ 떨어진 교각 아래 수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차가운 물 속에서 수습된 오씨의 손목에는 어두운 밤 썼던 손전등이 매달려 있었다.

이승을 떠나기 전까지도 수리시설 감시원의 책임을 다하려 했던 오씨의 삶의 무게가 오롯이 느껴졌다.

사고 당시 오씨와 동행했던 남편은 “위험하니 놔두고 오라”고 소리쳤지만, “쏟아지는 빗소리에 파묻혔다”고 가슴을 쳤다.

이른 나이에 결혼 생활을 시작한 오씨는 두 아들의 뒷바라지에 헌신한 어머니였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마을을 챙기는 여장부였다.

하루가 멀다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손수 만든 반찬과 주전부리를 전달했고, 최근에는 부녀회장직을 맡아 이웃들을 챙겼다.

마른 눈물을 삼키는 아들 A씨는 “무뚝뚝한 아들이라 애정 표현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장남이지만 해외여행 한번 모셔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어머니 생각만 하면 회한만 남는다”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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