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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김홍빈’ 불굴의 도전정신 잇는 클라이밍대회 후끈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후 ‘하늘로’
인공경사면 등반 스포츠, 올림픽 정식 종목
광주산악연맹, 13일 상무인공암벽장서 개최
광주시, 중흥그룹, 대우건설 등 힘모아 응원
아파트 3층 높이에 인공암벽에 매달려 있던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가 실수로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삐삐삐’

심판의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경기장은 순간 숙연해졌다.

검정 반바지 차림의 10대 선수 2명은 신호와 동시에 아파트 3층 높이의 인공암벽을 순식간에 타고 올랐다. 마치 날다람쥐 두 마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붉은 글씨로 표시되는 기록용 타이머는 10초 내외를 표시했다.

지상에서 30m 가량 떨어진 또다른 암벽장에는 선수 한명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아래서 올려다 보니 아찔하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땀방울이 가득했고 5월의 태양에 반사된 구릿빛 피부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10대 선수 2명이 정상을 향해 날다람쥐처럼 내달렸다. 서인주 기자

정상을 향해 내딛는 선수의 발걸음이 이어질 때마다 탄성이 쏟아졌다. 순간 움찔되더니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다행히 안전로프가 있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13일 광주광역시 상무인공암벽장.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에서 몰려든 클라이머와 응원단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장애인 세계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산악인 고(故)김홍빈 대장의 도전정신을 기리는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가 열렸는데 이곳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이다.

인공암벽을 타고 오르는 클라이밍 대회는 올림픽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서인주 기자

스포츠클라이밍은 인공 경사면을 등반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자연 암벽 등반 기술을 인공 경사면에서 겨루기 위해 만들어 졌다. 1985년 자연 암벽에서 진행됐지만 선수들의 부상 위험에 따라 인공 암벽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엘리트 뿐 아니라 동호인 스포츠로서 건전한 여가선용과 체력증진을 위한 인기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피길연 광주산악연맹 회장은 “이번 대회는 2021년도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된 김 대장의 정신을 기르고, 스포츠 클라이밍 경기력 향상 및 우수선수 발굴을 위해 마련됐다” 면서 “스포츠클라이밍을 널리 알리는 한편 시민들의 건강증진과 건전한 여가문화 마련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이른아침부터 광주산악연맹을 비롯해 선수와 가족 등이 자리를 지켰다. 돗자리와 텐트를 준비해온 가족들은 도시락과 음료를 나누며 매 경기에 관심을 기울였다.

경기를 마친 한 선수는 단팥빵과 탄산음료를 맛있게 먹었다. 전신을 사용하고 순발력과 체력소모가 큰 운동이다 보니 금방 허기가 진 모양이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 만큼이나 정상에 도전하는 열정은 더 뜨겁게 다가왔다.

13일 광주 상무인공암벽장에서는 2021년 히말라야 등반 후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홍빈 대장을 기리는 스포츠클라이밍 대회가 열렸다. 서인주 기자

이번 대회는 스포츠 클라이밍 꿈나무 발굴과 육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기종목은 리드, 스피드 2개 종목으로 진행됐다.

중흥그룹 대우건설이 공식 후원하고 광주시, 서구청, 광주시체육회, 김홍빈과 희망 만들기, 남도일보가 함께했다.

경기장 곳곳에는 2021년 7월 히말라야에서 별이 된 김홍빈 대장을 기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 대장은 2009년 올해의 장애인상 ‘대통령상’, 2012년 체육훈장 ‘거상장’, 2021년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았으며, 2021년에는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에 헌액 된 바 있다.

스포츠 영웅 김홍빈 대장.

국가보훈처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장애인으로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봉우리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김홍빈 대장에 대해 국위 선양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국립현충원 위패봉안을 최종 승인했다.

정원주 김홍빈 원정대단장(중흥그룹 부회장)은 “김 대장과의 만남의 계기는 단순했지만 제 인생여정에 큰 흔적을 남긴 분이다. 산에서 세상을 배우고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있고 꿈과 희망이라는 불씨도 잊지 않고 있다” 며 “불굴의 도전정신과 순수한 열정이 힘들고 실의에 빠진 많은이들에게 전파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13일 광주상무인공암벽장에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을 기리는 스포츠클라이밍 대회가 열렸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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