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우호세력 통해 방어 가능성”
현대차·LG 등 지분 추가매입 주목
‘72년 동업 관계’를 청산한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사모펀드 큰 손인 MBK 파트너스의 개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기업사냥꾼과 결탁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나섰다”며 즉각 반발한 가운데 우호세력 등을 통한 방어전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3일 MBK 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영풍과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날 영풍 및 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고, 의결권을 공동행사한다고 발표한 이후 하루 만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으로 지난 12일 종가보다 18.7% 높다. 이는 52주 최고가인 55만7000원에 대비 18.5% 높은 가격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MBK 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추진 배경과 관련 “주주 간 계약으로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참여한 MBK 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로 인해 훼손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장씨, 최씨 간 동업자 관계가 정리되고, 영풍그룹 주력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에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MBK 파트너스는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경영권 확보 및 강화 목적으로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실시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2만원이며, 공개매수 대상 주식에 대한 최소조건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 범위 내에서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한다는 계획이다.
MBK가 영풍의 우군으로 깜짝 등장하자 이날 고려아연은 “영풍과 기업사냥꾼 간 결탁”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당사 최대주주인 영풍이 MBK 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로, 국가 기간산업이며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M&A”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풍은 그간 석포제련소를 운영해 오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야기해 지역주민들과 낙동강 수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왔고,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인해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되는 등 사실상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재무적 투자자나 실패한 경영자인 영풍 측 경영진들이 당사의 현 경영진을 대체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현 경영진의 리더십 하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및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주들과 이해관계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등 우호 세력을 통해 지분 방어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 간 지분율은 각각 33.1%, 33.2%로 1%p 미만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씨 일가 지분에는 우호 세력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와 LG화학 등의 지분이 포함된 수치다.
영풍과 고려아연 양측 보유 지분과 더불어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2.39%)와 국민연금 지분(7.57%)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약 23% 정도의 유통 물량이 남게 된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우호 세력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풍 측이 지분율 과반을 넘기기 위해서는 16.87%(현재 시가총액 기준 1조9400억원 규모), 고려아연 측이 과반을 넘기려면 16.02%(1조8500억원)를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며 “고려아연 측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자금력을 앞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국민연금 보유 지분의 매물 출회 가능성이 낮다고 가정했을 때, 고려아연 측이 먼저 유통물량 가운데 6.05%(약 6965억원)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면 영풍 측 지분율이 과반을 넘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고려아연 측은 백기사의 추가 지분 매입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서재근·심아란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