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브랜드 앰버서더는 배우 김태리
기초라인 100만원대…재구매율이 관건
신세계 강남 센트럴시티(1층 오픈스테이지)에서 25일까지 진행되는 프라다 뷰티 팝업스토어 현장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크림 하나에 54만5000원, 모노크롬 립스틱은 6만원….
지난해 등장해 화제가 된 ‘프라다 뷰티’가 국내에 공식 상륙했다. 배우 김태리를 브랜드 엠버서더로 발탁하며 4조원대 규모의 한국 명품 화장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의류・잡화부터 뷰티 부문까지 영역을 넓히는 명품 브랜드의 몸집 키우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프라다 뷰티는 이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 정규 매장을 열었다. 앞서 프라다 뷰티는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 센트럴시티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일종의 신고식을 치렀다.
프라다 뷰티의 대표 제품은 식물 추출 성분 ‘어답토젠’을 앞세운 어그멘티드 스킨 라인이다. 크림과 세럼은 50만원대다. 이 둘만 구입해도 기본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다만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은 6~10만원대로, 잡화 대비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대중을 겨냥한 ‘명품 입문템’ 성격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 김태리가 참여한 프라다 뷰티 화보. [프라다 제공] |
프라다 뷰티의 어그멘티드 크림. 가격대는 54만5000원이다. [프라다 제공] |
K-뷰티가 합리적인 가격과 기획력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달리 명품 화장품은 역으로 국내 시장을 엿보고 있다. 국내에서 명품 화장품 사업이 호조를 보여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4조원을 돌파하며 2020년(3조923억원) 대비 약 30% 성장했다. 성장세도 꾸준하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 명품 화장품 시장은 전년(3조2624억원) 대비 5% 줄었지만, 계속 성장해 올해는 규모가 4조259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에는 디올 뷰티 코리아가 카카오와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단독 상품을 기획하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추가 판로를 확보했다. 톰포드와 YSL(이브 생 로랑) 등 럭셔리 패션의 뷰티 진출 사례가 있는 만큼 다른 명품 브랜드도 뷰티 사업 확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라다의 진출은 한국 수요가 풍부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일 것”이라며 “국내 뷰티 시장이 그 자체로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프라다 뷰티는 지난해 8월 영국, 중국,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일본・두바이 등 구매력이 큰 시장을 중심으로 진출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진출한 국가다.
프라다 뷰티의 파운데이션 라인. [프라다 제공] |
샤넬 뷰티 립스틱들. [샤넬 홈페이지] |
다만 명품 화장품의 성공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과거 철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사와 자존심 싸움도 여전하다. 1992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샤넬은 당시 설화수의 매출 급증 상황에서 2009년 롯데백화점과 매장 축소를 두고 갈등을 빚다 본점 등 주요 점포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명품 브랜드는 국내 유통사를 통해 한국 사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버버리 뷰티는 2011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1호점을 냈지만, 국내 중저가 화장품에 밀려 2014년 철수했다. 2021년부터는 LG생활건강이 버버리 뷰티의 영업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 뷰티, 에르메스 뷰티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유통을 담당한다.
전문가들은 높은 가격의 제품 특성상 부유층의 선택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융학대학원장은 “고가의 기초화장품 위주로 승부를 볼 것”이라며 “초기 브랜드 인지도로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재구매율에 한국 시장의 생존 여부가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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