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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메프, 큐텐에 2000억 대여
큐텐 자회사 감사보고서 분석
재무상황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큐텐 자회사서 무리한 자금운용
올초 인수 위시, 800억대 적자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의 싱가포르 기반 모회사 큐텐이 국내 자회사들의 열악한 재무상황에도 불구하고 돈을 끌어 쓴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운용했다는 의심이 짙어지는 가운데, 연초 2000억원 넘게 주고 사들인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위시’는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어 정상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관련기사 3면

26일 큐텐의 국내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옛 지오시스)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61억원에 자본이 67억원에 불과한데도 22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단기차입금 등 보통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382억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 중에는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탈에 연 15% 금리에 빌린 20억원의 차입금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구영배 큐텐 회장이 연대보증과 담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 지난해 티몬에서 4.6%에 20억원의 단기차입을 진행했으며, 큐텐에선 3~5%에 총 175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렸다.

큐텐테크놀로지는 단기차입금 부담이 크고 부채비율이 1100%를 넘어가는데도, 지난해 큐텐코리아, 큐브네트워크 등 큐텐 측에 총 206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했다. 큐텐테크놀로지의 싱가포르 소재 종속회사인 큐브네트워크는 큐텐과 같은 주소를 쓰는 등 사실상 큐텐의 손자회사다.

큐텐의 다른 국내 자회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지난해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법인, 큐텐코리아, 위메프 등으로부터 55억원, 40만5177달러의 단기차입금을 받고, 다시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법인에 1168억원을 대여했다. 큐익스프레스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1810억원에 달하는 유동부채를 떠안고 있는 만큼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큐텐이 인수한 인터파크커머스의 경우, 138억원 순손실을 보고 부채비율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큐텐에 280억원, 큐텐테크놀로지에 215억원 등 총 495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했다. 때문에 감사보고서를 착성한 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위메프도 큐텐에 131억원을 대여하는 등 이들 큐텐 자회사가 큐텐 측에 제공한 대여금은 2000억원에 달한다. 큐텐 자회사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큐텐이 무리하게 자회사들의 자금을 끌어모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큐텐은 최근 2년간 공격적인 M&A을 통해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위시, AK몰 등을 인수한 터라 비판이 더 거세다.

특히 이러한 몸집 불리기 과정에서 올 2월 2300억원을 주고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사태 수습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위시 운영사 콘텍스트로직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위시는 1분기에 5900만달러(약 8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8900만달러였던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마이너스를 지속한 것이다. 매출은 3600만달러(약 499억원)로 전년 동기(9600만달러) 대비 62.5% 급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은 티몬·위메프에 대한 합동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반은 티몬·위메프 측이 보고한 1600억~1700억원의 미정산 자금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M&A 자금 마련 등을 위해 정산 대금을 ‘돌려막기’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본격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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