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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대출·선정산도 중단...자영업자 돈줄 마른다
정산금 못받은 6만 판매업체 발 동동
미정산금 1700억 추산, 폭증 가능성도
개인사업자대출 1113조...연체 증가 우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새벽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

#. “티몬·위메프가 판매 대금 상환 불능 사태에 놓였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온투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을 통해 투자한 선정산매출채권(SCF·Supply Chain Finance)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 티몬·위메프 판매자 대상 선정산매출채권 투자를 하고 있었지만 며칠 전부터 소문이 흉흉해 잠깐 멈췄는데, 당분간 계속 투자하지 않으려고 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구 P2P)과 관련 핀테크사들이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셀러) 대상 이커머스 선정산채권 대출과 선정산 서비스를 일제히 중단했다. 온투업을 통해 선정산채권을 투자하던 이들이 상품 만기 시 연체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받고 선정산 서비스를 해주던 핀테크들도 판매 대금 지연이 이뤄지면서 문을 닫았다.

앞서 티몬·위메프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는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이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 가운데, 온투업이나 핀테크사의 자금줄마저 막힌 이커머스 입점 셀러들의 ‘돈맥경화’가 더 심해질 전망이다.

▶티메프 자금 공급하던 온투업·핀테크 ‘일시 중지’=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선정산채권 대출 상품을 운영하는 어니스트에이아이, 윙크스톤파트너스는 티몬·위메프 관련 신규 대출 취급을 멈췄다. 어니스트에이아이의 경우 티몬·위메프 관련 대출 잔액이 10억원, 윙크스톤파트너스는 3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선정산채권 상품을 다수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누리펀딩 또한 3명 대출자의 대출 잔액이 소액 남아있는 상태로 상환 계획을 수립 중이다.

선정산채권은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들이 물건이 팔린 후 구매 확정이나 정산 소요 시간 등을 이유로 뒤늦게 판매대금을 수령하게 되는 시차에 착안한 투자 상품이다. 쇼핑몰 운영자가 아닌 제3자가 판매된 물건에 대한 매출채권을 양도받고 그에 준하는 금액을 먼저 지급하면서 이자를 받는 방식이라 선정산채권이라 불린다.

현재까진 티몬과 위메프 관련 자금줄만 막힌 상환이지만, 투자심리 위축이 번질 경우 온투업을 통한 선정산대출채권 투자 감소가 더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온라인으로 상품을 파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다.

실제로 온투업을 통해 선정산채권에 투자해왔던 한 투자자는 “매출채권 상품에 영향이 클 것 같다”면서 “티몬 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도 위험할 수 있다. 어디가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모르니 투자금을 줄이는 것 말고 리스크 관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선정산 전문 핀테크 업체 올라핀테크도 지난 23일부터 티몬·위메프를 대상으로 한 선정산 서비스를 중단했다. 올라핀테크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올라는 타 선정산 서비스의 티몬·위메프 서비스 중지에도 불구하고 셀러들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유지해왔다”며 “하지만 지속적인 정산 지연에 따라, 올라 또한 채권 회수에 대한 리스크 발생으로 부득이하게 서비스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비스는)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공식적으로 안정화되는 시점에 맞춰 다시 제공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핀테크에서 정산 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고 선정산 자금을 제공하는 선정산 서비스의 경우 대출로 인식되지 않아 대출 한도와 관계 없이 자금 흐름을 관리할 수 있다. 때문에 소상공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셀러들은 당분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게 됐다.

▶티메프 미정산 금액 1700억원...개인사업자 도미노식 자금난 번지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등 큐텐그룹 계열 플랫폼에 입점한 6만 곳 중 대부분은 중소 판매자로, 당국은 두 업체의 미정산 대금을 약 17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위메프만 해도 지난 11일 기준 491개 판매사에 369억원을 정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플랫폼 입점 셀러들이 체감하는 미정산액은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5월분 미정산액을 추산한 것으로 6월과 7월 판매분까지 더할 경우 미정산 금액이 더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의 ‘7개 플랫폼 입점업체 정산대금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2019~2022년 4년 간 선정산 대출총액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도 선정산대출을 취급했던 KB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은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상황을 보면서 만기연장 등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도 중소벤처기업부에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급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수습에 나섰다. 긴급 경영안정자금은 소상공인이 재난, 천재지변 등으로 피해가 있거나 거래선 부도 등으로 급격한 경영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긴급 융자하는 제도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촉발된 쇼핑몰 판매자 뿐 아니라, 개인사업자들의 자금 확보도 쉽지 않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이스(NICE)평가정보로부터 받은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335만9590명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는 모두 1112조 7400억원의 금융기관 대출(가계대출+사업자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말(738조600억원)과 비교하면 4년3개월 만에 대출금액이 51% 급증했다. 특히 연체(3개월 이상 연체 기준)가 발생한 상환 위험 차주(대출자)의 전체 보유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5조6200억원에서 약 2배 수준인 31조3000억원으로 불었다. 자영업자 대출액 중 2.8%가 밀려있다는 뜻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셀러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해 규모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한해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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