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샘’ (루카스 크라나흐, 1546) |
속물적인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은 몸을 한 번 담글 때마다 10년씩 젊어지는 마법의 샘이 있다면 몇 번이나 몸을 담그실 건가요?
이런 상상력을 절로 발휘되게 만드는 그림이 한 점 있습니다. 이 그림은 루카스 크라나흐의 ‘젊음의 샘’입니다. 자세히 보면 탕 안의 왼편에는 나이 든 노인들이, 오른편에는 젊은 여성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늙고 노쇠한 육체로 이 샘에 들어갔다 나오면 젊고 아름다운 몸으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지요.
샘 한가운데 설치된 분수대 위에는 사랑의 여신 비너스와 큐피드의 상이 있습니다. 크라나흐는 이러한 상징을 통해 ‘젊어지고 싶다면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정말 크라나흐의 메시지처럼 사랑을 하면 성장호르몬도 많이 나오는 것일까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젊어지고 있는 저 물속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지는 그림상으로는 알 수 없어도, 적어도 이 샘물의 성분이 성장호르몬이라고는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청춘의 샘물에 몸을 담그고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면 나잇살도 없어지고 다시 젊어질 수 있겠지요. 그 옛날 진시황은 영생을 위해 불로초를 찾아 대륙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졌다고 하죠. 진시황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저는 이렇게 간언을 올리고 싶군요. “불로초는 저 밖이 아니라 이 안에 있소이다!”.
실제로 성장호르몬은 ‘회춘 호르몬’이라고도 불립니다. 세월을 이길 수 없다는 통념을 깨뜨릴 수 있는 강력한 호르몬이죠. 성장호르몬은 잠잘 때, 그리고 운동할 때 많이 분비되는데, 특히 수면 중 REM 수면 주기에 맞춰서 박동성 분비를 합니다. 잠을 자더라도 깊은 잠을 자야 성장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자꾸 잠을 깨거나 선잠을 잔다면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그만큼 떨어지게 됩니다. 성장호르몬은 주어린이나 청소년뿐 아니라 실은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호르몬입니다. 성장호르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분해 효과는 고도비만 치료제로 사용될 정도로 탁월하다고 알려졌지요. 성장호르몬 분비가 왕성하면 근육이 튼튼해지고 군살 없는 탱탱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성장호르몬이 사춘기에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고 30대를 정점으로 10년마다 14퍼센트씩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마흔 살만 되어도 스무 살에 비해 절반 밖에 생산되지 않고, 65살 이상 노인 중 30% 이상이 성장호르몬 결핍 증상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성장호르몬이 우리 몸 속에 넘친다면 영원히 젊게 살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기실 텐데요, 저의 생각은 ‘그렇다’입니다. 지금까지의 통념을 깨뜨릴 여러 연구 결과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고요. 성장호르몬이 신체의 노화를 방지하며,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킴과 동시에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길이란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는 중입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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