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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일본이 싸다, 유럽이 좋다, 이런 얘기 들으면 짜증만 나요.”
중소 IT 회사에 재직 중인 A씨는 요즘 구조조정 이슈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그는 “올해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나왔고, 결국 직원 면담을 진행 중”이라며 “마치 당연하게 여름휴가 계획을 물어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중소 건설장비업을 운영 중인 B대표도 요즘 “잠도 못 잔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기가 언제 회복할지도 캄캄하다. 1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며 나름 탄탄하다고 자부했는데, 올해는 정말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여름휴가철이지만, 누군가에는 정말 먼 나라 얘기다. 지금 중소기업이 직면한 공포는 구조조정, 불황 등이 아니다. 그야말로 생사기로의 ‘파산’이다.
이미 올해 역대급 기업이 파산 신청에 들어갔다. 코로나 19 여파로 경영난을 겪던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규모다. 특히, 산업계 뿌리를 지탱하는 중소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위급하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파산 신청한 기업은 총 987개로 나타났다. 1000개에 육박한 기업이 파산한 것. 이들 기업 대다수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상반기 기준 파산 신청 법인 수 [출처 = 법원통계월보] |
기존 규모와 비교하기도 힘들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적 불황에 시달리던 코로나19 때가 오히려 훨씬 양호할 지경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한 2020년 당시 같은 기간 파산 신청한 기업은 총 522개. 2021년(428개), 2022년(452개) 등과 비교해도 올해 2배 이상 많은 기업이 파산했다.
작년에도 조짐은 보였다. 작년 상반기 동안 파산 신청한 기업은 총 724개. 그리고 올해엔 이보다 265개 기업이 더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파산 신청할 기업은 역대급 규모가 될 것이 명확하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가장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파산한 기업 중 45%가 서울, 24%가 인천·경기권에 위치했다. 즉, 전체 파산 신청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했다는 의미다.
더 주목할 건 전국적인 추이다. 전국 어느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작년보다 기업 파산이 급증하고 있다. 경상도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전국 지역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파산이 급증했다.
심지어 기업 수 자체가 적은 제주도조차 13개 기업이 파산을 신청, 작년(6개)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중소·스타트업이 밀집한 판교지역 전경 [헤럴드DB] |
중소기업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고임금 등까지 다층적인 부담에 직면한 상태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도 대비해야 한다. 경영난이 개선되지 않으면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성은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재무 개선과 사업 재생을 위한 신속하고 유연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여름휴가 역시 중소기업은 한층 혹독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여름휴가 계획 조사’에 따르면, 연차 외 별도로 휴가를 제공하겠다는 기업은 23.5%에 그쳤다. 별도의 휴가비 지급 계획이 없다는 기업도 62.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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