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헤럴드DB]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방자치단체가 도로로 만들 부지로 지정했으나 공사가 시행되지 않은 채 방치된 땅이 다시 도로개설 공사 부지로 선정됐다면 토지보상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최초 도로 부지지정 당시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당시 논이었다면 일반 토지에 준하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미 길로 사용되고 있었다면 보상금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3단독 심웅비 판사는 최근 서울 관악구 일대 땅주인 8명이 관악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손실보상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해 약 1억 700만원의 손실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 관악구청은 2020년 6월 원고들의 땅 일부에 도로개설 공사를 실시하겠다고 고지했다. 원고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서울특별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거쳐 총 8억 2000여만원으로 결정됐다.
원고들은 일부 땅의 용도가 논이 아닌 ‘사실상의 사도’로 평가돼 보상금이 적게 책정됐다며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부지는 원래 논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1973년 서울시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따라 도로 부지로 지정됐으며, 이후 길로 이용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해당 부지를 ‘논’ 또는 ‘예정공도부지’로 평가해 보상금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봤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르면 국가가 지정한 도로, 즉 공도(公道)와 사적인 이익을 위해 만든 사도(私道)는 구분된다. 공도와 예정공도부지는 인근 토지에 준해 보상 받는다. 사도는 인근 토지의 5분의 1 수준으로 값이 매겨진다. ‘사실상의 사도’는 3분의 1 가격이다. 관악구청은 ‘사실상의 사도(私道)’로 보고 토지보상금을 일반 토지의 3분의 1 수준으로 책정했다.
법원은 1973년 지정 전후의 사정을 따져 일부는 원고의, 일부는 관악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A부지에 대해서는 1973년 이전에 이미 사도로 기능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고시되기 이전 이미 도로로 이용상황이 고착됐다. 토지의 표준적 이용상황으로 원상회복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정도에 이르렀다”며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서 지정한 사실상의 사도에 해당한다. 예정공도부지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A부지 전체가 사실상의 사도로는 보기 힘들다고 판단해 추가 보상금을 산정했다. 재판부는 “도시관리계획 결정 무렵 토지 전체가 사실상의 사도로 이용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이용상황별 면적에 따라 ‘답(논)’과 ‘사실상의 사도’로 보아 평가한 가액을 채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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