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변상금 처분 위법” vs 2심 “적법”
대법 “2심 판결 잘못”
대법원.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소유자가 아닌 임차인은 국유재산 토지의 무단 점유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임차인을 무단 점유자로 보고 변상금을 부과한 국가철도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세탁소 운영자 A씨 등이 공단을 상대로 “변상금 3000여만원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앞서 2심은 변상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공단은 2011년 서울시 구로구의 철도용지 일부에 대해 국유재산 사용허가를 냈다. 해당 토지를 사무실 및 점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허가받은 임대인은 토지에 조립식 건물을 지었다. 이후 임차인 A씨, B씨와 각각 세탁소, 사무실로 사용하는 내용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국유재산 사용허가는 계속 갱신됐다.
갈등은 약 10년 뒤인 2021년에 발생했다. 공단은 임차인 A씨와 B씨에게 “공단으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지 않은 무단 점유자”라며 변상금을 부과했다. 동시에 시설물에 대한 철거를 요구했다.
A씨와 B씨 측은 반발했다. 이들은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었으므로 무단점유자가 아니다”라며 “공단 담당 공무원들이 2016년께 2차례 현장 점검을 와서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고, 임대인에게 사용허가를 갱신해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 측은 “국유재산법상 사용허가를 받은 자는 승인 없이 임대차를 맺을 수 없다”며 “임차인 A씨와 B씨에겐 해당 토지를 점유·사용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1심은 A씨와 B씨의 승소였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지난해 4월, “A씨와 B씨는 무단 점유자가 아니다”라며 공단의 변상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이 임대인에게 사용허가를 낼 때 사용 목적만 ‘사무실 및 점포’로 제한했을 뿐 반드시 임대인 본인이 직접 사용·수익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점검을 했을 때 건축물이 별도의 사업장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었을 텐데 임대인에게 사용허가 갱신 및 재사용허가를 해줬다”고 지적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9-1행정부(부장 김무신)는 지난해 12월, 공단 측 승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공단의 변상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국유재산법상 토지에 대한 사용허가 없이 제3자가 임의로 사용·수익하는 건 당연한 금지 사항”이라며 “공단이 별도의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임차인들의 사용·수익·점유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공단 공무원들이 현장 점검 당시 건축물의 임대 등 권리관계까지 확인했다는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며 임차인들이 토지를 무단 점유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은 “건물의 소유자가 아닌 자는 실제 그 건물을 점유·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부지를 점용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소유자가 점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 건축물은 임대인이 공단의 허가를 받아 신축한 것이고, 임차인들은 임대인에게 건축물의 일부를 임차한 것에 불과하다”며 “A씨 등 임차인들은 토지의 무단점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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