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화장품’ 소비재 관련주 강세도 두드러져
코스피 +4.86%·코스닥 -1.60%…外人·기관 사랑받은 ‘밸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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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상반기 글로벌 주요국 증시의 랠리를 이끌었던 인공지능(AI) 바람이 국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흐름까지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AI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밸류체인과 관련된 종목, AI 데이터센터 산업 확장에 따른 수요 증가 호재가 발생한 전력주 등과 연관된 종목들이 코스피·코스닥 등락률 최상위 순위를 대부분 차지하면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 주도의 주가 부양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히는 자동차·지주사·금융주 등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의 상승세는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초강력 매수세를 통해 뒷받침됐다.
24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올 상반기(1월 2일~6월 21일 종가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의 등락률을 분석했다.
이 결과 코스피 상승률 1위 종목의 자리는 356.37%의 상승률을 기록한 삼화전기가 차지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화전기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S-cap은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eSSD용 핵심 부품”이라고 평가했고,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분류되는 삼화전기의 S-cap 효과가 실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SSD는 AI 서버 구축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꼽힌다.
상승률 2위는 311.11%를 기록한 디아이가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HBM 테스트 장비 부족에 따른 국산화 수혜 기대감을 받고 있다.
이어 상승률 3~4위엔 HD현대일렉트릭(285.64%)과 대원전선(224.55%)이 차례로 꼽혔다. AI 시대 진입이 본격화할 경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표적인 ‘전력주’들이다.
이 밖에도 7위 한미반도체(192.22%, HBM 관련주), 8위 LS ELECTRIC(186.89%, 전력주), 10위 일진전기(149.53%, 전력주) 등 AI 관련주가 상위권에 올랐다.
코스피 상승률 ‘톱(TOP)10’ 중 7개 종목이 AI 관련주였던 셈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상승률 4위에 테크윙(347.16%, HBM 관련주), 5위 제룡전기(321.45%, 전력주), 6위 와이씨(270.11%, HBM 관련주), 10위 덕산테코피아(228.52%, 반도체 관련주) 등 AI 연관주가 높은 순위권에 포진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주도했던 글로벌 AI 랠리가 하반기에도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며 “개인화된 AI 하드웨어 기기 관련 종목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디바이스 AI’가 주가 상승세를 이끌 새로운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 중에는 ‘소비재’ 관련 종목도 다수 포진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선 수출에서 두각을 나타낸 식품·화장품주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종목은 상승률 5위를 차지한 삼양식품(224.07%)이다. 올해 초 주당 21만6000원, 시가총액 1조6271억원이었던 삼양식품은 6개월 만에 주당 70만원, 시총 5조2731억원까지 급성장했다. 농심을 꺾고 ‘라면주’ 시총 1위 자리를 꿰찬 삼양식품의 쾌속 질주는 대표 브랜드 ‘불닭볶음면’ 제품 수출 호조 덕분이다.
코스피 상승률 6위에 이름을 올린 토니모리(210.87%) 미국·일본 등으로 화장품 수출 유통 채널이 확대되면서 투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주는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면서 “낮은 수출 기저 효과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조합 때문”이라고 짚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국내 400여개 브랜드 제품을 160여개 국가에 판매하는 화장품 유통사 실리콘투가 올 상반기에만 주가가 584.82% 오르며 상승률 2위 자리를 꿰찼다. 연초 154위에 불과헀던 코스닥 내 시총 순위도 지난 21일 종가 기준 12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4년 예상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 밸류에이션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이 이날 거래를 마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반락해 23.37포인트 하락한 2,784.2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4.84 포인트(0.56%) 내린 852.67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거듭해 1.388.30원에 마감됐다. [연합]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지수 전체 흐름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4.86%(2655.28→2784.26) 올랐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론 2807.63으로 장을 마치며 2800선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찍기도 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1.60%(866.57→852.67) 하락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대형주 등이 상당수인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주에 대한 투심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지는 코스피 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코스닥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 당분간 변동성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대해 크게 엇갈린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투심도 지수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는 상반기 코스피에서 21조9123억원 규모의 역대 최고 수준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각각 12조4640억원, 7조7617억원 규모 순매도세를 보였던 개인·기관 투자자의 움직임과 대비된다. 코스닥 시장에선 기관 투자자의 3조8663억원 규모 순매도세가 눈에 띄었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로 꼽히는 ‘밸류업’ 관련 수혜주에 대해선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투심이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액 3위 종목에는 ‘밸류업 수혜주’의 대표 격인 현대차(순매수액 3조4103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이어 삼성물산(1조2825억원, 지주사)이 4위, 기아(1조722억원, 자동차)가 7위, KB금융(6404억원, 금융)이 9위를 차지했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순매수액 1위 종목이 신한지주(6360억원, 금융)였다. 이어 3위 현대차(4838억원, 자동차), 7위 하나금융지주(2997억원, 금융) 등이 상위 목록 속에 있었다.
국내 증시에서 주가 결정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큰손’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사랑을 받은 밸류업 관련주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투심이 몰린 밸류업주 가운데 KB금융의 주가 상승률이 45.29%로 가장 컸고, 하나금융지주(38.02%), 현대차(37.59%), 기아(27.9%), 신한지주(18.56%) 순서로 뒤따랐다. 삼성물산(4.48%)의 주가 상승폭 만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 4.86%에 미치지 못했다.
한편, 하반기 밸류업 2차 랠리가 탄력을 받기 위해선 다음 달 말 기획재정부가 내놓을 ‘2025 세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야당인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만큼 밸류업 세제 혜택 확정에 난항이 예상된다”면서도 “야당 역시 주식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재부가 세법 개정안을 내놓는 7~8월과 실제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11~12월쯤 밸류업 모멘텀이 재차 강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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