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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아빠 육아휴직 늘리자 여성 고용·출산율 반등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자영업자·무직자에도 ‘부모 수당’ 지급
출생전 소득의 65% 보장 등 개편하자
‘아빠’ 육아휴직률 10년새 두배 껑충
일·가정 양립...고용·출산 모두 상승
독일 노동시장·직업연구소(IAB)의 케빈 루프 연구원이 6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 사무실에서 독일의 고용 시장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우리 정부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통해 현재 27.1% 수준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육아휴직 급여를 연 최대 2310만원까지 인상해 38.6% 수준에 그치는 소득대체율을 높여 ‘아빠’ 육아휴직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육아휴직 급여 대상자를 자영업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은 빠졌다. 육아휴직 급여의 84%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독일은 자영업자는 물론 직업이 없어도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한다. 명칭도 육아휴직 급여가 아닌 ‘부모 수당’이다. 해당 재원을 국민이 낸 세금에서 마련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1.58명이지만, 2006년에만 해도 1.33명에 그쳤다. 2006년 신생아 수가 1965년 130만명 대비 반 토막 수준인 67만3000명으로 줄어들면서 ‘멸종하는 민족’이란 평가를 받던 독일의 출산율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지난 2007년 시행한 ‘부모 수당’이었다.

독일은 특히 ‘아빠’에 집중했다. 2020년 기준 독일의 아빠 육아휴직률은 43.7%에 달한다. 출생 전 소득의 65%를 보장해주자 2010년 25.9%에 그쳤던 아빠 육아휴직률은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독일은 여성에게만 24개월 간 월 300유로(약 44만5000원)의 부모 수당을 지급했지만, 2007년부터 부모 모두에 수당을 지급했다. 대신 지급기간은 24개월에서 12개월로 줄였다. 양육자가 이어 휴직할 시엔 2개월이 연장돼 최대 14개월을 받을 수 있다. 독일의 부모 육아휴직 기간은 총 3년이지만, 대다수가 더이상 부모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시점까지만 휴직한다.

아빠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 여성 경제활동참가율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에서 만난 노동시장·직업연구소(IAB) 안드리아스 필저 연구원은 육아휴직 제도를 개편한 이유에 대해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우자가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쓰면 여성의 75%가 9개월 뒤 노동시장에 복귀했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보여줬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타개하고자 ‘경단녀’의 노동시장 복귀를 꾀하는 우리 정부가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IAB에 따르면 아빠 육아휴직 기간이 짧으면 엄마의 노동시장 복귀 시점은 더 늦다. 배우자가 아예 육아휴직을 쓰지 않을 경우, 출산한 여성은 자녀가 12세가 돼도 복귀 비중이 25%에 그쳤다. 여성 직장복귀율은 출생률과도 연관이 있다. 과거엔 일하는 여성이 많을수록 출산율은 떨어진다고 봤지만, 최근엔 부모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지는 시점에서 고용률과 출산율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 실제 독일은 남성 육아휴직률이 25.9%이던 2010년 출산율이 1.39명에 그쳤지만, 2010년 남성 육아휴직률이 43.7%로 상승하자 출산율도 1.58명으로 증가했다.

독일 정보기술(IT) 기업 마이본볼프의 홀거 볼프 최고경영자(CEO)가 7일 미국 GPTW에서 14년 연속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된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민간기업도 이같은 인식에 공감한다. 글로벌 신뢰경영 평가 기관인 미국 GPTW에서 14년 연속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된 독일 정보기술(IT) 기업 마이본볼프의 홀거 볼프 최고경영자(CEO)는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여성보다 남성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는 전체 직원 900명 중 작년에만 남성 24명, 여성 34명이 육아휴직을 개시했다. 같은 기간 회사에 복귀한 인원은 여성 11명, 남성 30명이다.

독일 기업들은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선 일과 가정 생활이 모두 가능토록 근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IAB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2022년 직원 100명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둘의 조합’(돈과 시간)을 택한 비율은 6%였고 ‘시간’과 ‘돈’은 각각 59%, 34%를 차지했다. 돈보다 시간을 좇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유연근무’ 등 기업의 근로환경을 보고 직장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제도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독일은 2019년부터 ‘시간제근로의 발전을 위한 법률’을 통해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연장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45인 이상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다닌 근로자는 근로시간 변경을 사업주에 청구할 수 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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