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KBS에 나와 초고가 1주택자와 보유 주택 총액이 높은 다주택자에게만 부과하는 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속세율 평균(26%)을 감안해 30%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중구난방으로 종부세 개편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에 대통령실이 사실상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의 종부세와 상속세는 이중과세로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있다. 종부세는 우리나라만 유일하고 상속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집 한 채 가졌다는 이유로 세금이 이중으로 부과되고 기업을 물려받는데 다른 나라의 두 세 배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세금을 무는 기형적인 구조는 손보는 게 맞다. 종부세는 당초 부동산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이란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집값이 올라 제도 취지가 무색해진 측면이 있다. 실제 종부세 납세 인원은 2018년 46만 명에서 2022년 128만 명이나 됐다. 적용 대상이 광범위해진 것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상속세는 경제규모가 달라졌는데도 20년 넘게 그대로다. 최고세율 50%는 일본(55%)에 이어 OECD에서 두 번째로 높지만 일본이 과세표준을 시가로 적용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상속세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60%로 세금에 짓눌릴 정도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유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속세를 없애거나 줄이는 세계적인 추세와 거꾸로다. 상속인이 받은 재산에 개별 과세하고 기업 승계시 자본이득에 과세하는 방식 등으로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한다 상속세를 마련하느라 기업이 휘청일 정도가 돼선 안된다.
마침 민주당에서도 1주택 종부세 완화·폐지와 상속세 완화 주장이 나온 만큼 세제 개편을 논의할 적기다. 원내 대표와 일부 지도부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언급했다가 ‘부자감세’라는 내부 반발에 수그러든 상태지만 민주당으로선 중산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데 좋은 의제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과 민생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당과 정부도 세제 개편을 불쑥 던져놓기보다 세수 부족을 포함한 면밀한 대책과 개선안을 제시해 국민과 소통의 폭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종부세와 상속세가 세수 확보 효과는 미미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 많은 않다. 지난해 거둬들인 종부세가 4조5965억원, 상속세가 8조5444억원임을 감안하면 십수조원에 이르는 세수가 사라지게 된다. 잘못된 정책을 손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수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