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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5 의대 교수들, 집단 휴진 동참…18일 韓의료 ‘셧다운’
서울의대·연세의대 ‘무기한 휴진’ 선언…확산 가능성
주요 병원 교수들 전면휴진 동참에 환자들 불안 고조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의한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대기하고 있다. 안효정 기자

[헤럴드경제=이용경·안효정 기자]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오는 18일로 예고된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서울의대와 연세의대가 연달아 무기한 휴진을 선언하면서 휴진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13일 현재까지 서울대병원(서울의대)과 삼성서울병원(성균관의대), 서울성모병원(가톨릭의대), 서울아산병원(울산의대), 세브란스병원(연세의대) 교수들은 오는 18일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40개 의대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지난 12일 긴급 총회를 열고 집단 휴진에 참여하기로 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 9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예고했다. 환자들이 걱정하는 건 의대 교수들의 이번 집단 휴진 동참이 18일 하루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서울의대와 연세의대는 지난 17일과 27일 각각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혔다.

12일 연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로 예정된 의협 휴진에 동참하고, 27일부터 정부가 현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을 하겠다고 결의했다. 휴진 범위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을 제외한 모든 외래진료 및 비응급 수술·시술 분야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도 지난 6일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가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환자 진료를 한 달 가량 늦추는 등 집단휴진을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12일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이 18일 집단 휴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대응 상황에 따라 오는 20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무기한 휴진 가능성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같은 날 의협의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추가 휴진 여부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13일 오후 12시 30분부터 의협회관 1층 로비에서 대한의학회와 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과 연석회의를 열고 의료현안 대응을 논의한다. 집단휴진에 대한 의료계 내부 결속을 다지고 향후 계획 등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의한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안효정 기자

하지만 오는 17일 서울대병원의 무기한 휴진을 기점으로 시작될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수많은 환자들은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환자들도 의사들의 집단휴진 방침에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헤럴드경제가 만난 60대 폐암 환자 A씨는 “‘아파도 왜 하필 이때 아플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나랑 가족들이 기댈 곳은 병원이랑 의사 뿐인데, 의사들도 이걸 알고 있으면서 버젓이 휴진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위암센터를 찾은 환자 B씨는 “의사 본인의 가족들이 환자라면 과연 이렇게 두손 두발 놓을까 싶다”며 “의대 증원을 막겠다며 지금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환자 한명 한명한테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제대로 느낀다면 이럴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혈실에서 대기 중이던 환자 C씨도 “왜 최후의 수단이 휴진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환자의 생명, 목숨이 달려있는데 휴진을 ‘최후의 수단’으로 쓴다는 건 애초에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수단’이라는 말이 아주 거슬린다”며 “환자가 결국 의사들이 주장하는 걸 이뤄내게 하기 위한 도구라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암 환자 등 중증 질환자 단체들은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폐암환우회 등 6개 단체가 속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2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교수들을 향해 집단휴진 철회를 호소했다.

식도암 4기 환자인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도 휴진을 선언할 분위기이고, 의협의 전면 휴진과 맞물려 중증질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환자 생명과 불법 전공의 처벌 불가 요구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 가치인가”라고 비판했다.

암환자들이 모인 네이버 온라인 카페에서도 의사들의 집단휴진 상황을 우려하는 글은 이어졌다. 한 카페 회원은 “이번달 아버지가 암 확진을 받고 검사를 앞두고 있는데 온가족이 피가 마르는 심경”이라며 “왜 아무도 이 사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회원도 “정부든 의사든 그 어디에도 환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교수 단체가 오는 18일 집단휴진을 앞둔 가운데 10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
yklee@heraldcorp.com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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