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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암상처럼 ‘과학자 무대’ 많아지면 의대 쏠림 개선될 것” [헤경이 만난 사람 - 혜란 다윈 교수]
결핵 퇴치 공로 화학·생명 수상자
유명 연예인 갈라쇼 등 문화 결합
학생들 과학자 관심 더 많아질 것
韓 좋은 연구자 많고 시스템 우수
삼성바이오로직스 강연에서 느껴
바이오서 산학협력 더 활발해져야
‘2024 삼성호암상’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수상자인 혜란 다윈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호암상 수상 후 가장 먼저 내 자신부터 바뀌었다”며 “호암상은 다음 세대 친구들에게 ‘과학자가 되고 싶다’라는 꿈을 심어주고, 과학자를 돋보이게 하는 기회의 장”이라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한국에서 호암상은 다음 세대 친구들에게 ‘과학자가 되고 싶다’라는 꿈을 심어주고, 과학자를 돋보이게 하는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문화행사가 더해져 BTS 같은 슈퍼스타가 온다면, 학생들이 과학자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겠죠.”

올해 삼성호암상에서는 ‘우먼파워’가 돋보였다. 6개 부문 수상자 중 4명이 여성으로, 역대 가장 많다. 이중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을 수상한 혜란 다윈(55) 교수는 결핵의 발생과 인체 감염 기전을 밝혀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2021년 기준 전세계에서 결핵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한해 160만명이며, 결핵 감염자만 1060만 명에 이를 정도다. 단순히 과거 가난한 시절의 병으로 간주하기에는 ‘현재 진행형’인 치명적 질병이다.

삼성호암상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이병철 창업회장의 인재제일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려 1990년 제정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국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자고 제안하면서 2021년부터 기존 1명에게 시상하던 과학상을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확대했다.

이 결과 다윈 교수도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다윈 교수는 미국에서 출생한 한인 이민자의 자녀이자, 한평생을 ‘결핵 퇴치’에만 몸 바쳐온 과학자다. 인터뷰를 통해 과학에 대한 다윈 교수의 열정과 한국 미래 과학자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었다.

▶“호암상, 과학자 매력적으로 조명하는 행사...BTS 부르는 등 문화 행사 결합도 방법”=지난 30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만난 다윈 교수는 호암상 수상에 굉장히 들뜬 모습이었다.

그는 “아주 영예로운 상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제 자신이 바뀐 걸 느꼈다”며 “제 연구의 중요성이 인정 받았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고,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제 연구 분야에 좀 더 힘이 실릴 수 있고 영향력이 커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윈 교수는 한국에서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호암상이 굉장히 중요한 행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의대 쏠림 현상과 기초과학에 대한 홀대 등에 대해 그는 “미국에서도 과학자보다는 의사, 변호사 등을 선호하는 현상은 있다”면서도 과학자만이 가진 강점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윈 교수는 “호암상은 과학자를 매력적인 직업으로 만들고 조명함으로써 다음 세대가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할 수 있다”며 “젊은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갈라쇼(축하공연)에 BTS 등 유명 연예인을 불러 문화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의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상’을 예로 들었다. 브레이크스루상은 과학자들의 축제로 불리며, 유명 셀럽들도 함께 자리한다. 또한 상금은 300만 달러(한화 약 41억원)에 이른다.

다윈 교수는 “어떤 과학자들은 돈을 적게 번다고 불평할 수 있지만, 저는 이 직업이 시간에 맞춰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원하는 실험을 하고, 또 내가 한 실험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줄 수가 있다는 점에서 사랑한다”며 “원하는 일을 하다보면 돈과 사회적 인정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직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혜란 교수는 “아직은 아니지만, (한국인 수상은) 시간문제”라며 “조용하게 꾸준히 연구를 하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강연에서도 느꼈지만, 한국에는 워낙 스마트한 젊은 연구자들이 많고 교육 시스템도 잘 돼있다”며 “각 산업, 회사에 있는 좋은 인력풀들이 연구나 아카데미 쪽으로도 많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 한국...뜻밖의 원인에 충격도=이날 인터뷰 시작 전 다윈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들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바이오 분야 연구의 본질과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많은 산업들에서 돈을 벌기 위해 약을 만들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사람을 돕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며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핵의 경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돈에 초점을 두지 말고 약을 저렴하게 만들어서 전염병을 퇴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며 “결핵은 그 어떤 전염병보다도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법을 연결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오픈마인드를 기반으로 창의적으로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말했다.

특히, 다윈 교수는 강연장에서 들은 한 사례를 통해 한국 내 결핵 원인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 연구자를 통해 한국 내 결핵 발생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실조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그는 “그 얘기 들었을 때 우선 너무 슬펐다”며 “한국같이 부유한 선진 국가에서 다이어트를 위해 일부러 굶다가 결핵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결핵은 과거 가난한 시절의 병으로 여겨지지만, 놀랍게도 2021년 기준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44명,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8명이었다.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 사망률 3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다윈 교수는 바이오·제약 연구 업계에서 보다 활발하게 산학협력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염병 분야의 경우 순수 과학 연구에서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산업에 흘러들어가 치료제, 백신 등을 만드는데 활용돼야 하기 때문에 산학협력이 매우 필요하다”며 “그러나 기업의 지적재산권 이슈나 재정적 지원의 관리감독 등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은 당연히 연구에 있어 크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과 일을 하고 싶어 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바이오·제약 산업에서도 전염병 퇴치를 위한 산학협력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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