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가 디지털캠코더를 사용하는 모습 |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가격이 10배 올랐다?”
2000년대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디지털카메라’(디카). 고화질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나오면서 서랍 속으로 자취를 감췄던 디카가 빛을 보고 있다.
요즘 20대사이에는 생산조차 중단된 디카·캠코더 열풍이 불고 있다. 열풍이 불면서 1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거래됐던 디카 중고가 10만원~20만원으로 올랐다. 이마저도 없어서 난리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디카·캠코더 검색량도 2배 넘게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괴물급 소녀’로 불리는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디토(Ditto)’가 빈티지 카메라 유행 확산에 불을 지폈다는 평이다. 흔히들 옛날 디카를 '빈티지 디카'라고 부른다. 낡고 오래된 물건을 뜻하는 빈티지(vintage)와 디카를 합친 말입니다.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는 20년 전에 촬영된 것처럼 흐릿한 화면이 특징이다. 영상 속 뉴진스 멤버들은 과거에 출시된 캠코더나 디카를 사용한다.
뉴진스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디지털카메라 |
이 뮤직비디오 뒷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에서 디카로 셀카를 찍는 모습도 공개됐다.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본 젊은 세대들이 디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생산된 지 10년된 디카 가격이 10만원 넘게 뛰었다. 오른 가격에도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다.
한때 전세계 판매량 1억대를 웃돌던 디카는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폰카)에 시장을 잠식 당했다. 스마트폰에 1억 화소 광각, 초광각, 광학줌 렌즈 등이 탑재되면서 디카 보다도 외히려 더 뛰어난 화질로 손쉽게 고품질 사진을 찍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2010년 1억2146만대에서 매년 급격히 하락, 이미 시장이 90%넘게 감소했다.
결국 디지털 카메라의 ‘종가’ 올림푸스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지난 2020년 디카 사업을 접었다. 디카 역시 과거 mp3 처럼 스마트폰으로 대체됐다. 이제는 고성능 카메라 DSLR시장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디카에 이어 DSLR시장까지 스마트폰에 잠식 당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예측이다.
이같은 디카를 그나마 다시 살려 놓은게 MZ세대다. 스마트폰에 비해 화질, 빛 번짐 등 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레트로(복고) 열기가 맞물려, 오히려 이러한 점들이 젊은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디카를 최근 구입한 20대 양모씨는 “너무 선명하게 잘 나오는 스마트폰과 달리 흐릿하고 뿌옇게 나오는 옛날 카메라만의 감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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