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주도권 다툼 속 주담대 부담 꾸준
1세대 제약사 지위 강점, 연간 EBITDA '3800억'
[한미사이언스 제공] |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오너가 지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창업주 작고 이후 불투명한 승계 구도 속에서 경영권을 두고 집안 싸움은 진행형이다. 문제는 어느 쪽에서 승기를 잡든 오너 일가 모두 상속세 납부를 위해 일으킨 주식담보대출의 상환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1세대 제약사라는 상징성과 시장 지위는 물론 헬스케어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한미약품그룹은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50년간 구축한 사업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신약 파이프라인도 촘촘하게 갖춘 상황이다.
그룹에 속한 상장사 3곳의 합산 시총만 7조원에 육박해 오너가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조 단위 거래 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매도자 측 자금 수요를 일시에 채워줘야 하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유동성이 풍부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해결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가 갚을 돈 '6700억원' 이상=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종윤·주현·종훈 세 남매는 특수관계인과 재단을 포함해 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63%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13%는 세무서에 상속세 납부를 위한 담보로 잡혀 있다.
2020년 8월 한미약품 창업자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이 타계하면서 그의 부인 송 회장과 자녀 세 사람에게 상속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약 26%다. 상속 과정에서 상속인 4인에 책정된 세금은 6000억원에 달했다.
송 회장과 자녀 3인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활용해 6700억원 이상 차입을 일으켰다. 주식담보대출과 추후 다시 사오는 조건으로 처분한 주식매매대금을 합산한 수치다.
연초 송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OCI그룹과 통합해 상속세 고민을 해결하는 듯했다. 그러나 임종윤과 종훈 형제가 통합에 반발했고 그룹의 경영 의지를 앞세워 소액주주 지지를 받았다. 형제 측은 송 회장과 임 사장 모녀와 화합해 경영권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3일 이사회를 열어 송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차입금 과중, 지배주주 변경은 시간 문제?= 한미사이언스의 오너 사이에서 경영권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이들 모두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지분 매각 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순차적으로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는 것은 물론 아직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도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자금 수요를 고려하면 한미사이언스의 지배주주 변경은 정해진 수순으로 내다본다. 오너 측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손꼽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현대그룹에서 오너가 자금 사정으로 경영권 지분을 PE에 넘긴 사례가 연출된 바 있다.
한미약품그룹 역시 PE가 주목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사업형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핵심 관계사 한미약품의 지난해 연결 EBITDA 단순 합산치는 3800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5대 제약사로 분류되며 제네릭(복제약)은 물론 자체 신약과 파이프라인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룹 내 상장사인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제이브이엠의 합산 시가총액만 6조8000억원대를 기록하며 비상장 계열사만 11곳에 이른다. 계열사 면면을 살펴보면 중국법인과 의약품 자동화시스템, 의약품 도매 등 헬스케어 전 분야에서 사업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물론 일부 사모펀드의 경우 내부 규제에 따라 분쟁이 발생한 기업에는 투자할 수 없다. 그만큼 한미사이언스 투자자 풀은 한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한미사이언스는 지배주주 지분 매각 가능성과 가능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임종훈 대표의 단독 경영 체제가 시작된 가운데 경영권과 상속세 두 가지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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