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DLF 보다 최고 배상비율 낮아져
가입자들은 불만…“실제 배상비율 더 낮아져”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은행에 투자 손실액의 30~65%를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결정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배상비율이 최대 80%였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때보다 낮아진 배상 가이드라인 때문에 실질적인 배상금이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5개(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판매 은행별 불완전판매 대표사례 5건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배상비율을 손실액의 30~65%로 결정했다. ELS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등 위반에 따른 기본배상비율 30~40%에 예적금 가입목적, 금융취약계층 등 가산 요인과 ELS 투자경험, 매입·수익규모 등 차감 요인을 적용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앞서 금감원이 내놓은 분쟁조정기준안은 원칙적으로 손실액에 대해 0~100%까지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번 대표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대부분은 30~65% 수준에서 배상액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DLF 때 분조위의 배상비율(80%)보다도 낮아진 수준이다.
이번 분쟁조정 결과는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성립된다. 나머지 조정 대상에 대해서는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조정 방식으로 처리된다.
금감원은 “금번 분조위 결정을 통해 각 은행별·판매기간별 기본배상비율이 명확하게 공개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와의 자율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향후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의 자율조정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은행들은 분조위 결과가 나온 만큼, 자율배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분조위를 기준으로 자신과 유사한 사례의 배상비율을 가늠할 수 있는 만큼, 은행의 배상안에 대한 불만도 줄지 않겠느냐”며 “자율배상 진행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입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배상비율 상한을 65%로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향후 자율배상 과정이 가입자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분조위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어, 사태 해결까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길성주 금융사기예방연대 위원장은 이번 분조위 결과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 실제 은행들이 자율배상에서 제시하는 배상비율은 더 낮아지게 될 것”이라며 “증거를 취합해 집단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H지수 ELS 가입자들로 구성된 금융사기예방연대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들의 입장에 선 배상이 아니라 오히려 은행을 더 보호해주기 위한 결정”이라며 “사기계약 원천 무효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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