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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총수’ 기준 마련…예외요건 탓에 ‘쿠팡 김범석’은 빠질듯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국적 차별 없는 동일인 판단 기준 명문화
엄격한 요건 충족시 법인도 총수 지정가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앞으로 외국인도 대기업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공정위가 내·외국인 간 차별 없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예외요건 탓에 ‘판단 기준 논란’을 촉발했던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기준 등을 담은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헤럴드경제DB]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과 동일인에 각종 의무를 부과한다. 법인이 아닌 사람, 즉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본인·친인척과 관련된 출자와 자금거래 등 내역을 공시해야 하고 사익 편취 감시도 받아야 한다.

개정안은 국적 차별 없이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명문화했다. 동일인 판단의 일반 원칙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다.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 등 5가지 기준을 토대로 판단한다. 이 같은 자연인이 없으면 해당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단체 등을 동일인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예외 요건도 마련됐다.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관계가 단절된 상태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다. 이때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가 요청하면 국내 회사 등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어야 한다.

개정안은 일단 해당 요건을 충족한 기업집단이라고 하더라도, 추후 요건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시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변경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동일인 판단 구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당초 총수 판단 기준 논란을 일으킨 쿠팡의 김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쿠팡은 지난 2021년 자산 5조원을 넘으면서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국적인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당시 공정거래법에 외국인 총수 지정에 대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사실상 쿠팡을 지배하는 자연인이지만 동일인 지정의 예외요건을 모두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의 지주회사 격인 미국법인 쿠팡Inc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나 국내 계열사 지분은 없다. 쿠팡 계열사에 재직 중인 김 의장의 동생 부부가 공정거래법상 임원에 해당하는 직급도 아니다. 기업집단 지정 전까지 다른 예외요건을 충족시키면 김 의장은 총수 규제에서 또 한 번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김 의장 대신 쿠팡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엄격한 요건을 맞춰야 하는 만큼 ‘봐주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동일인을 법인에서 자연인으로 변경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놨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향후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친족의 경영 참여가 드러나거나, 지분 구조가 변경되면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새롭게 지정될 수도 있다.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후 즉시 시행된다. 매년 5월 초인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 발표가 올해는 미뤄진 데다 법정시한(5월15일)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개정된 사항을 바로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공정위는 내다보고 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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