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쉐퍼(오른쪽)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올리버 뢰허 메르세데스-벤츠 차이나 연구개발·구매·공급·퀄리티 총괄. [베이징 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베이징)=김성우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시장 극복 전략의 큰 틀은 유연함이다. 다양한 세그먼트 차량을 제공하며 고객의 요구를 충족해 나가겠다.”

마르쿠스 쉐퍼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비자층 확대’를 통해 전기차 시장의 ‘케즘(Chasm)’을 극복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엔트리 차량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군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쉐퍼 CTO는 독일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글로벌 본사에서 제품의 전체 기술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G-클래스 전기차의 글로벌 프리미어를 앞두고 베이징 현지의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쉐퍼 CTO는 검은색 니트 티를 입은 채로 편안한 상태에서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벤츠는 경쟁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가격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프리미엄과 중급 시장에서 현장에 대응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수익성은 좋지만, 성장이 더딘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내연기관 시장에서 주로 프리미엄급 모델에서 큰 수익을 내온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어 중급 모델로 사업 반경을 확장함과 동시에, 전동화 분야에서는 EQ 브랜드를 통한 독자 모델로 상품을 출시해 왔다. 하지만 최근 EQ브랜드를 달지 않은 차량을 출시함과 동시에, 내연기관에서 사랑받던 기존 모델에서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쉐퍼 CTO의 발언도 전동화 모델을 현재의 벤츠 내연기관차가 영위하던 프리미엄·중급 시장에서 적용하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자세로 풀이된다.

LFP 배터리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쉐퍼 CTO는 ‘LFP 배터리 도입이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해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많은 고객은 저렴한 가격의 차량을 원하고, NCM 삼원계 배터리가 가지고 있는 긴 주행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면서 “현재 엔트리급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LFP 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하고 현재 퍼포먼스(성능)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답변했다.

마르쿠스 쉐퍼(오른쪽)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올리버 뢰허 메르세데스-벤츠 차이나 연구개발·구매·공급·퀄리티 총괄. [베이징 공동취재단]

다만 “향후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공개될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는 현재 유통되는 NCM 삼원계 배터리 탑재 모델보다 뛰어난 차량이 될 것”이라면서 “차량에 탑승하는 LFP 배터리 자체도 효율성과 충전속도, 주행거리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보다 뛰어난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보유한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쉐퍼 CTO는 “이번에 출시한 G-클래스 전동화 모델은 각 바퀴에 모터를 설치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보지 못했던 기술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면서 “최근 중국 시장에 내놓는 차들도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 ADAS, 충전 시간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한국의 R&D사무소가 최근 10주년을 맞이했고, 이틀 전 중국 상하이에서는 두 번째로 큰 R&D 사무소를 개소했다”면서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에 집중하면서, 우리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마르쿠스 쉐퍼(오른쪽)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올리버 뢰허 메르세데스-벤츠 차이나 연구개발·구매·공급·퀄리티 총괄. [베이징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