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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브 성공전략 ‘멀티 레이블’ 시험대...“유연한 해결책 필요”
산하 레이블 독립운영, 슈퍼IP 확보
경쟁 과열에 협업보단 ‘내것 챙기기’
업계 “부작용 아냐, 갈등해법 찾아야”
어도어의 뉴진스와 빌리프랩의 아일릿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간 갈등에 대해 최근 K-팝업계의 표준이 된 ‘멀티 레이블 체제’의 허점이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멀티 레이블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유연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K-팝업계 관계자들은 24일 “하이브라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가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멀티 레이블 체제가 빚을 수 있는 갈등이 K-팝업계에서 시작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5년 설립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빅히트뮤직)를 전신으로 하는 하이브는 지난 몇 년 새 여러 레이블을 인수하며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현재 하이블 산하에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뮤직 ▷세븐틴이 소속된 플레디스(2020년 인수) ▷르세라핌의 쏘스뮤직(2019년 인수) ▷엔하이픈의 빌리프랩(2018년 설립) ▷뉴진스의 어도어(2021년 설립) ▷지코와 보이넥스트도어의 KOZ엔터테인먼트(2020년 인수) 등 국내 레이블을 비롯해 미국·일본의 해외 법인까지 합쳐 총 11개의 산하 레이블을 가지고 있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구축으로 특정한 대형 아티스트 의존 구조를 벗어나, 다채로운 음악 장르와 콘셉트로 다양성을 추구하며 성공적인 몇 해를 보냈다. 이 같은 멀티 레이블 체제는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행보와 투자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성공 전략이었다.

산하 레이블의 운영 방식은 독립적이었다. 하이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각각의 레이블은 아티스트 데뷔, 음반 작업 등 일련의 제작 과정에서 모회사와 전략적 논의 없이 독자적인 행보를 유지해왔다. ‘독립적 운영’을 통한 레이블 간의 ‘건강한 경쟁’은 하이브가 전례없는 슈퍼 IP(지적재산권)인 방탄소년단의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지난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모두 군입대한 뒤 빅히트뮤직의 매출은 552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6% 감소했으나, 이외 국내 레이블의 매출은 모두 증가했다. 플레디스는 3272억원, 어도어는 1102억원을 기록, 각각 전년에 비해 124.5%, 492.5% 늘었다. 쏘스뮤직은 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8% 증가했다.

하지만 K-팝업계의 ‘선진화된 모델’로 꼽혀온 멀티 레이블 전략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레이블 간 성과 경쟁이 구성원의 피로도를 더하고, 각각의 레이블이 협업보다는 ‘자기 것 챙기기’에 몰두하게 됐다. ‘하이브’라는 한솥밥을 먹어도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것이다.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노출될 수 있는 리스크를 예측해 사전 관리와 컨트롤이 필요했으나, 하이브는 이 부분에서 실책을 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모회사와 레이블 사이의 갈등이나 레이블 간의 경쟁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었고, 다수의 레이블 중 특정 레이블과 소속 아티스트의 역량과 힘이 커질수록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다만 양측의 대립이 멀티 레이블 체제의 부작용으로 볼 수도 없으며, 존속 여부를 논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지금은 유연한 대처와 해결, 모회사와 레이블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이 쉽게 잦아들 거라 보진 않고 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하이브, 빌리프랩,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제대로 된 사과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개인을 회사에서 쫓아내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뉴진스가 일궈 온 문화적 성과를 지키고, 더 이상의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고자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앞서 확보한 자료와 전산 자산 등을 분석, 필요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뉴진스의 컴백 예정일은 5월 24일이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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