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측 “특별한 입장 없다”며 무응답 일관
“의대증원 백지화 없이는 대화 의미 없어” 다수
의료계 내부서도 ‘대화 여부’ 두고 의견 엇갈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충남 공주시 공주의료원을 찾아 응급의료 담당자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서정은·박혜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시간, 장소, 주제에 구애 받지 않고 대화하자’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다만 전공의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원점 재논의 없는 대화는 없다’는 뜻을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이 연이틀 의료계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반응은 차갑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3일 헤럴드경제에 “시간, 장소, 주제 등에 구애받지 않고 얘기하자는게 우리의 뜻”이라며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시간도) 언제든 좋다”고도 했다.
다만 전공의들은 윤 대통령과의 이번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파악된다. 전공의들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대통령실의 공지에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반응하지 않고 있다. 대전협 측은 2월 사직서를 내면서 대화 전제조건으로 ▷의대정원 증원 백지화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 7가지 조건을 내세운 바 있다.
전공의들 대부분은 정부가 ‘원점 재논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대화하겠다’는 전향적인 조건을 내걸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전날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 조건으로 “의대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라는 응답이 93.0%였다고 밝혔다.
일부 전공의들은 익명 커뮤니티에서 “총선 전 만나서 사진을 찍고 안기는 연출을 위한 대화 제안 아니냐”라며 “더 이상 이런 ‘쇼’에 누가 속겠느냐. 원점 재논의가 없는 대화는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조건을 달아놓고, 전공의들에겐 조건 없이 나오라는게 무슨 소리냐”, “전공의들은 돌아갈 생각이 없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 |
전날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들이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며 “대통령실은 국민에게 늘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날 윤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없다며 전공의와 언제든 만날 의향을 강조했다.
이는 조윤정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향해 “윤 대통령이 초대한다면 아무 조건 없이 만나 보라”고 당부한 직후다.
조 위원장은 전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박단 대전협 대표에게 부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분은 우리나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다. 그분이 박 대표를 초대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 보라”고 호소했다.
이어 “필수의료 현장에서 밤낮으로 뛰어다니던 전공의 가슴에 맺힌 억울함과 울분을 헤아려 달라”며 “윤 대통령께서 (TV 프로그램에서처럼) 요리를 직접 해 주시면 마음속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지지 않을지요”라고 전공의와 대통령간 대화를 촉구했다. 조 위원장은 브리핑 도중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동참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측 대화 파트너는 전공의가 되어야 한다”라며 “환자들 생각을 하면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없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김성근 의협 언론홍보위원장은 조 위원장의 브리핑과 관련해 “개인 의견으로 안다. 의협과는 전혀 상의된 바 없다. (조율되지 않은 의견을) 함부로 발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 역시 “전공의들의 의견이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의제 없는 단순한 (대통령과의)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진정성이 없는 대화는 들러리 서라는 것과 같다”라며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과 대통령의 사과가 대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시점에 만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선거가 다가오니 진정성 없는 대화 제시가 들어오는 것”이라며 “지금 대화에 나서면 이용만 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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