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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탄재 매립지 화려한 변신 “앞으론 청정 블루수소 만듭니다”
SK E&S 보령 플랜트 부지 가보니
회처리장서 미래에너지 선도기지로
2027년부터 연간 25만t 수소 생산
6월 수소발전 사업권 확보후 건설
탄소감축효과 연220만t 규모 기대
보령LNG터미널 행정동 옥상에서 바라 본 블루수소플랜트 부지 전경. 오른쪽으로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의 발전플랜트가 보인다. 김은희 기자

최근 찾은 충남 보령시 보령LNG(액화천연가스)터미널 인근 62만㎡ 부지는 복토공사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때고 남은 재를 매립하는, 이른바 회처리장이었던 이곳은 청정 블루수소 생산기지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저기 파였던 구덩이는 흙으로 덮고 땅을 고르게 폈다. 아직은 군데군데 잡초가 자란 황량한 모습이지만 올해 공사를 시작하면 3년 뒤인 2027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가 들어선다. 국내 에너지 산업의 과거가 묻힌 곳에서 미래 에너지의 기지가 세워지는 것이다.

SK E&S는 이곳 보령에서 블루수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 생태계 구축 전략 2단계로 청정 블루수소를 연 25만t 생산하는 게 골자다.

상업가동을 앞둔 인천 액화수소 사업이 석유화학 공정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정제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갔다. 부생수소를 포함한 그레이수소의 한계를 보완한 블루수소를 대량으로 생산·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해 수소산업 생태계를 청정수소 기반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소는 무탄소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생산·활용 중인 수소의 절대다수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다. 통상 수소 1㎏을 생산하는 데 약 10㎏에 가까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수소가 진정한 탄소 감축 에너지원이 되려면 친환경적인 생산이 뒤따라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그린수소의 경우 경제적·기술적 한계가 뚜렷해 현시점에선 블루수소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블루수소는 LNG를 원료로 그레이수소와 비슷한 생산과정을 거치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청정수소로 분류된다. 그레이수소 대비 친환경성이 높은 동시에 그린수소와 비교해 경제성이 높아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가 경제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SK E&S는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를 지어 2027년부터 연 25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발전·수송 분야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간 수소차, 연료전지 등 ‘활용’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수소 생태계가 본디 선행돼야 하는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공급’을 통해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SK E&S는 봤다.

보령 수소사업 공정 개요도(위쪽)와 보령LNG터미널 내 LNG저장탱크 [SK E&S 제공]

블루수소 생산은 SK E&S가 직접 개발 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해 저탄소 LNG를 생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바로사 LNG’를 보령LNG터미널을 통해 도입해 블루수소 생산 원료로 활용하게 되는데 플랜트에서는 LNG를 고온·고압의 수증기와 반응시키게 된다. 이때 CCS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면 블루수소가 만들어진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전용 선박에 실어 호주 인근 동티모르 해상에 있는 바유운단 고갈가스전에 주입해 저장한다.

SK E&S는 CCS 기술과 기존 LNG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야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성 있는 블루수소를 생산해 국내는 물론 향후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루수소 생산 원료로 CCS 기술을 접목한 저탄소 LNG를 투입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또한 블루수소 플랜트는 SK E&S와 GS에너지가 합작 설립한 보령LNG터미널과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한 부지에 건설하는데, SK E&S가 확보하고 있는 LNG 밸류체인 인프라를 활용해 LNG를 공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향후 LNG 공급, 포집 이산화탄소 수송 등을 위한 배관망 설치나 LNG 저장탱크 증설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도 용이할 전망이다. 이미 보령LNG터미널 제2하역부두 앞 공터에 바로사 LNG 저장을 위한 20만㎘ 규모의 신규 탱크 1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생산한 블루수소 연 25만t 중 20만t은 기체수소로 배관을 통해 인근 지역에 공급해 수소혼소·수소연료전지 등 발전용으로 활용하고 5만t은 액화수소로 전국 충전소에 수소차량의 연료로 공급할 예정이다. 연 5만t의 액화수소는 수소차(넥쏘 기준) 35만대가 매일 40㎞씩 1년간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보령 블루수소 사업은 부지 정지작업을 마쳤고 착공 전 인허가와 기본설계 등의 준비도 완료된 상태다. 정부가 오는 6월 개설 예정인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에서 청정수소발전 사업권을 확보하면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보령 블루수소 사업 전반의 추진 주체가 될 자회사 ‘보령블루하이’도 지난해 7월 설립했다.

SK E&S에 따르면 블루수소 생태계 구축에는 총 6조7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져 10만5000명의 일자리와 59조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창출될 것으로 분석된다. 연간 탄소감축 효과는 220만t 규모다. 여기에 190여개 국내 기업과 손잡고 국산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인 만큼 다양한 산업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 E&S 관계자는 “보령 블루수소 프로젝트는 단순히 국내에서 블루수소를 생산·공급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대규모 블루수소 공급을 시작으로 유통, 활용까지 청정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미래 핵심 에너지원이 될 청정수소를 국내에서 자체 생산함으로써 수소 자원 확보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으며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 E&S는 수소를 ▷LNG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과 함께 4대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집중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존 주력 사업인 LNG 관련 역량과 인프라가 경쟁력 있는 청정 블루수소 생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에너지 분야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청정수소 경제 규모는 2030년 연 6420억달러(830조원)에서 2050년 연 1조4000억달러(1810조원)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4대 사업 간 유기적 연계와 상호 보완적 시너지 강화를 통해 전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탄소중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당부했고, 지난달 호주 자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 협력을 요청하며 “저탄소 LNG 도입과 국내 블루수소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보령=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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