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항구로 물동량 몰릴듯
자동차 이어 농기계·원자재까지 영향
볼티모어 항만의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 붕괴 장면 [X 캡처]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항만을 가로지르는 교량이 대형 컨테이너선 충돌로 붕괴되면서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수입 항구인 볼티모어항이 잠정 폐쇄됐다. 자동차 뿐 아니라 각종 기계류와 원자재의 하역이 막히면서 코로나 팬데믹 시기 세계 경제를 괴롭혔던 물류대란이 재연되고, 겨우 진정된 인플레이션을 자극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폴 위데펠드 메릴랜드 주 교통부 장관은 취재진에게 “볼티모어항의 선박 입출항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된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달리호’가 볼티모어항을 출항한 직후 패타스코강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와 충돌해 교량 철골 구조물이 무너져내렸다. 볼티모어항에서 대서양으로 항해하려면 이 대교를 통과해야 한다.
로이터 통신은 선박추적 업체 마린 트래픽을 인용해 이날 볼티모어항을 출항하려던 화물선 13척이 사고 직후 항구에 발이 묶였다고 전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당분간 볼티모어항을 입출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볼티모어 항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미국 내 다른 항구들의 화물 처리 능력에 과부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화물 정보 플랫폼인 플렉스포트의 라이언 피터슨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은 이미 동부 해안에서 서부해안으로 화물을 이동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다른 모든 항구에 혼잡과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항구 물동량이 갑자기 10~20% 증가하면 막대한 적체와 혼잡, 선박의 무기한 대기 등 모든 종류의 지연이 발생한다는 게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볼티모어항 폐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산업은 자동차 산업이다. 메릴랜드 항만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약 75만대의 자동차가 볼티모어항을 통해서 수출입됐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BMW, 폭스바겐, 도요타, 닛산, 볼보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볼티모어항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관련 물동량이 볼티모어항 전체 수입의 약 42%를 차지한다.
존 로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볼티모어항을 당분간 이용할 수 없는 만큼 자동차 부품을 다른 항구를 통해 받아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부품 수급 기한이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GM 역시 성명을 통해 “모든 차량 선적을 다른 항구로 변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중서부 파종 시즌을 앞두고 농기계 수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볼티모어는 콤파인, 트랙터 등 농기계와 굴착기 등 건설 기계의 최대 수입항이다. 공급망 위험 평가 업체인 에버스트림 애널리틱스는 철강, 알루미늄, 설탕과 같은 주요 품목을 실은 화물선이 매주 30~40척씩 볼티모어에 하역한다며 관련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고가 미국 내 항만 물류의 지연으로 이어질 경우 해운 운임 상승은 물론, 진정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반등까지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해운 운임의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22년 1월 5100포인트 선을 넘어섰다가 미 서해안 항만의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서 급격히 하락해 900포인트를 하회했다. 그러나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인근에서 상선을 공격하면서 다시 2000포인트 선을 넘나들고 있다.
EY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고가 미국 경제에 가져올 거시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면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