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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대1’ vs ‘27대1’ 의대 가려면 강원도로?… 지역인재 전형 ‘눈치전’
전국 권역별 지역인재 경쟁 천차만별
인구 적고 의대 선발 많을 수록 가능성 높아져
“60% 권고” 정부 방침에 대학들 선발 확대
제주대 80% 선발에 무수능까지
“수능 5등급 뽑을 판” 난감한 대학도
서울 강남구 일대의 한 학원가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지역인재’ 전형 확대를 대학들에 주문하면서 의대 입시를 둘러싼 지역별 눈치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지역에서 자란 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뽑도록 하는 의대 ‘지역인재 전형’ 경쟁률은 특정 지역 의대 선발 규모가 클수록, 학령인구가 적을수록 낮아진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의대 입학이 쉬워질 수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울경 “70대 1”vs 강원 “27대 1”… 의대 경쟁률 ‘극과 극’

25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교육개발원(KEDI) 학생 수(2023년도 기준) 통계 및 교육부가 발표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토대로, 비수도권 권역별 의대 입시 경쟁률을 분석했다.

대학 지역인재 전형은 전국을 ▷충청 ▷호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 ▷제주 6개 권역으로 나눈다. 각 권역에서 자란 학생들을 ‘지역인재 전형’이라는 이름으로 선발하는 제도다. 인구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에 필요한 인재들을 지역에서 자란 학생들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다. 정부는 각 대학에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중을 60% 이상 수준으로 높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지역인재 전형 경쟁률을 가르는 변수는 두 가지, 수험생 수와 선발 인원이다. 수험생 수가 적고 의대 입학정원이 많이 늘어난 곳은 자연스럽게 의대 입시 경쟁률이 낮아진다. 실제로 권역을 기준으로 본 의대 입학 경쟁률은 큰 차이가 났다. 의대 입시 경쟁률이 가장 크게 낮아지는 곳은 강원권이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수(2023년 기준) 1만1613명인 강원권은 내년 의대 4곳이 총 432명을 선발한다. 수험생 27명 중 1명이 의대를 갈 수 있는 수준이다.

강원권 의대는 학령인구가 적어 지역인재 선발 비중도 20%대로 낮게 유지돼 왔다. 그러나 이들 대학도 정부 방침에 따라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강원대는 지역별로 최대 연간 60억원을 지원하는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지역인재 비율을 지난해 30.6% 수준에서 향후 2배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의대 입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수험생이 5만7444명 가량인 부산·울산·경남권이다. 이곳엔 의대 4곳이 있는데 내년 이들 의대가 뽑는 신입 의대생 수는 820명이다. 경쟁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70대 1 수준이다.

이밖에 수험생 4만1907명이었던 호남권 의대가 내년 700명을 선발해 60대 1의 경쟁률로 분석됐다. 수험생 3만8446명 규모인 대구·경북권 의대는 내년 640명을 뽑아 마찬가지로 경쟁률이 60대 1이었다. 수험생 5704명인 제주권은 경쟁률이 57대 1, 수험생 4만4980명인 충청권은 경쟁률이 46대1 수준으로 분석됐다.

“‘무수능 도입”vs “수능 5등급 뽑을 판” 엇갈리는 대학들
의대 강의실 [연합]

의대 지역인재 전형 선발을 둘러싼 대학들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몇몇 대학은 경쟁적으로 지역인재 선발 확대를 발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면에선 섣불리 확대를 발표했다가 신입생 모집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주권 유일 의대인 제주의대는 현재 50% 비율인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을 2029학년도까지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아예 지역인재 선발 인원 10%를 수능 없이 뽑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대학들에 ‘지역인재 비중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권 5개 의대에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8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지역인재 모집에 나선 가운데 난감함을 호소하는 대학도 있다. 수험생 수 자체가 적은 지역 대학들은 지역인재만으로는 선발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 소재 한 의대는 지역인재 확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우려도 크다. 이 대학은 지역인재 선발 비중이 20%대에 그침에도, 올해 입시에서 지역인재 ‘미달’을 겪어 결국 정시 선발로 이월했다.

이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여기에서 지역인재 비중을 높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합격선을 수능 3등급에서 심하면 5등급까지 낮추면 되겠지만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지역인재 전형을 노린 학부모들 관심도 높아졌다. 내년부터 지역인재 전형에 지원하려면 해당 지역에 6년 이상 거주해야 해, 자녀와 함께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지방유학’이 늘어날 개연성도 열려있다. 이와 관련 비수도권 소재 한 의대 관계자는 “입학처 입장에선 전체적으로 전형 설계라든지 상담도 모두 어려워졌다”며 “관할 고등학교에 진로 설계와 합격컷 등을 상담해줘야 하는데 어디까지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지역인재 선발만 ‘2197명’ 전망
의대 강의실. [연합]

학원가에선 의대 증원으로 특히 비수도권 의대 합격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모집 정원 확대 규모로 봤을 때 2등급 학생들도 의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3등급대가 의대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강원도의 경우 2023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은 97명, 2등급은 341명이었다. 지역인재 전형 60%(259명)를 선발하면 수학 2등급 학생 3분의 2까지 의대 합격권에 들게 된다.

종로학원은 내년도 의대 증원에 따라 지역인재전형 선발인원만 2197명으로, 현행 1071명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모든 의대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이 일괄적으로 60%로 올라갈 것을 전제한 수치다. 현재는 지역에 따라 수시와 정시를 합해 20.4%인 곳(가톨릭관동대), 24.7%(연세대 미래캠퍼스)부터 89.8%인 곳(동아대)까지 차이가 크다.

특히 내년도 입시부턴 지역인재 선발 비중이 8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방에선 수학 1등급 인원이 부족해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에서 학생 충원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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