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비싸도 호텔에 몰린다…결혼은 반토막, 프리미엄 수요는 ‘쭉쭉’ [요즘 결혼식]
혼인 건수 10년새 40% 줄어
프리미엄 호텔 웨딩 수요는 지속
식비 30만원 등 예식비 1억원 훌쩍
호텔신라 영빈관. [호텔신라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희량·전새날 기자]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10년 전(32만2800건) 대비 40% 감소했다. 그러나 호텔 프리미엄 웨딩 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비싼 가격에 공급도 한정적이지만, 여전히 높은 예약률을 자랑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5성급 호텔인 호텔신라, 롯데호텔 서울의 올해 예약률은 70%가 넘는다. 호텔신라는 성수기 주말 대부분 완료된 상태다. 롯데호텔도 성수기인 10~11월 예약률이 3월 기준 87%에 달한다.

프리미엄 웨딩을 제외하더라도 일반 예식비에 대한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담은 결혼비용 보고서(2024)에 따르면 평균 예식홀 비용은 1283만원으로 전년(1057만원) 대비 21% 상승했다. 프리미엄 웨딩이 일반 예식 대비 8~10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인상 폭은 더 크다.

예식비는 대관료와 식대 그리고 꽃, 도우미, 안내요원 등 다양한 선택 비용으로 구성된다. 세금이 포함된 호텔신라의 대관료는 기본 2200만원부터다. 시즌별 30~70% 할인이 들어간다. 식대는 16만원부터 30만원으로 400명 기준으로 설정하면 최소 비용이 82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하객 와인과 칵테일 리셉션을 포함하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JW메리어트 호텔과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기본 식대가 17~18만원대로 300명 기준 최소 비용이 7000만~8000만원이다.

한 야외 예식장. [게티이미지뱅크]

롯데호텔은 대관료가 별도로 없다. 하지만 200명 정도의 소규모 웨딩을 할 수 있는 사파이어볼룸의 최소 견적은 4800만원부터다. 크리스탈볼룸은 300명 기준 최소 견적이 7700만원이다.

호텔 웨딩은 최근 예식홀이 줄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됐던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의 예식장은 2018년 1013곳에서 2022년 775곳(24%)으로 줄어든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오는 4월에 결혼 예정인 30대 전모 씨는 “1년 전 (예식) 날을 잡았다가 폐업으로 결혼 날짜와 장소를 다시 찾는 경우가 있어 예식의 안정성을 위해 호텔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플래너 없이 직접 투어나 온라인 예약을 다니며 견적을 따지는 분들도 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활발한 호텔업계의 웨딩이 결혼 시장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점이다. 사실 호텔 웨딩은 호화 혼례를 규제한다는 이유로 1980년부터 19년 동안 금지됐다. 이후 1999년 해당 법률이 폐지되면서 프리미엄 웨딩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결혼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경제적 여건이 유리한 이들이 ‘이왕 쓰는 거 더 쓰자’는 생각으로 호텔을 찾으면서 프리미엄 웨딩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과 출산 의향의 동태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소득 상위 10% 남성의 혼인 비율은 하위 10% 남성보다 높았다. 특히 30대 초반(31~35세)에서 상위 10% 남성의 혼인율은 76%로 하위 10%(혼인율 31%)의 2배가 넘었다.

10년 대비 혼인 건수는 사실상 반토막이 났지만, 백화점을 찾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반대로 증가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3월18일까지 현대백화점의 클럽웨딩 멤버십 가입 고객 신장률은 16.1%, 매출 신장률도 10.8%에 달했다. 또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롯데 웨딩 멤버스’의 지난해(2023년) 신규 회원 수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1인당 구매 금액도 5% 늘었다.

호텔들도 프러포즈, 리마인드 웨딩 등을 콘셉트로 한 기념일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호텔은 연말까지 꽃과 풍선 데코레이션이 포함된 ‘셀레브레이션 패키지’을 160만원대부터 판매 중이다. 포시즌스호텔의 유사 상품은 4월 주말 기준 100만원대부터다.

전문가는 경제 불황 속에서 호텔 웨딩을 선망하는 문화를 경계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프리미엄 웨딩 자체에 문제는 없지만, 호화 결혼식 자체가 유행으로 떠오르면 사회 내 다른 구성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양산할 수 있다”면서 “소비 지향적 문화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newda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