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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의금 ‘200만원’ 안되면 ‘30만원’…“저작권은 핑계, 합의금 장사 아니냐?”
원저작자·변호사 사무실 팀 만들어 고소장 접수
경제팀 수사관 “매일 토렌트 IP 주소 찾느라 진땀”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 1월 K법률사무소라는 곳에서 ‘OOO 영화, 토렌트로 다운받으셨죠, 아이피(IP) 주소 이거 맞으시죠?’라는 연락이 왔다. 대뜸 200만원 합의금부터 불렀다. 돈이 없어서 생활이 어렵다 하니 곧바로 30만원으로 깎아주는 척했다.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 대놓고 합의금 장사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지난 18일 경찰서에서 40분간 조사를 받았다. A씨가 끝내 30만원의 합의금을 내기 싫다고 하자 고소인측인 K법률사무소 측에서 고소 취하를 해주지 않으면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이다. A씨가 내려 받은 것은 할리우드 영화 한편으로, A씨는 지난 1월 토렌트(Torrent·개인 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를 통해 영화를 온라인에서 내려 받았다.

K법률사무소는 A씨가 내려받은 할리우드영화의 국내 배급사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아 고소에 나서고 있다. 저작권법은 ‘친고죄’이므로 원저작자와 변호사가 한 팀을 꾸려 일련의 고소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토렌트에서 해당 영화를 내려받은 사람들의 IP를 찾아내 전국 각지에 있는 일선 경찰서에 ‘불상자’로 IP주소만 특정해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경찰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토렌트 고소사건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한다. 한 달로 치면 100건이 훌쩍 넘는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수사준칙 개정으로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할 수 없는데, 토렌트 사건은 그 이전에도 전부 입건됐다. 한 현직 수사관은 “고소장에 적힌 IP주소를 조회하려면 일단 그 사건을 접수부터 해야한다. 접수하지 않고 IP주소를 찾을 수는 없다. 즉, 고소하면 거의 전부 입건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으면 다수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토렌트의 자동 업로드 시스템을 몰랐다’, ‘실수였다’고 해명하면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되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무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두 번 이상 토렌트에서 다운받은 기록이 있다면 벌금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토렌트는 다운로드를 함과 동시에 업로드(공유·배포)를 하게 된다. 즉, 하나의 파일을 내려받을 때 같은 파일을 가진 여러 이용자로부터 조각들을 동시에 전송 받는 시스템이라, 누군가가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먼저 내려받아 보관 중이던 이용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해당 파일 조각을 상대에게 전송하게 되는 셈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영리 목적이 아닌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는 처벌대상이 아니지만 ‘전송’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복제권, 전송권 침해)에 해당한다.

A씨는 “물론 제가 불법다운로드를 한 일차적 책임은 있다. 하지만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변호사사무실이라는 곳에서 저작권을 핑계삼아 합의금을 200만원 불렀다가, 30만원으로 불렀다가 완전히 장사꾼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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