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리없이 사라지는 명품 플랫폼…바뀌지 않으면 밀린다 [명품 지각변동]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 19일 서비스 종료
“폐업 위기 맞는 중소형 플랫폼 더 늘 것”

혼란 틈타 이커머스는 명품 수익성 늘려
고전하는 백화점은 ‘프리미엄’ 차별 전략
에르메스 브랜드 로고.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박병국·정석준 기자] 온라인 명품 패션 플랫폼 ‘캐치패션’이 19일부로 사업을 종료한다. 경영상의 이유다. 2019년 사업을 시작한 지 약 5년 만이다. 캐치패션은 배우 조인성 씨를 모델로 발탁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출범 2년 만에 누적 거래액 800억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온라인 명품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연간 적자는 2020년 36억원으로 시작해 2021년 71억원, 2022년 69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치패션뿐만 아니라 추가 투자 유치를 받지 못한 중소형 명품 플랫폼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중소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몰락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명품 시장이 대격변하고 있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에 따른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가 주춤한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비 패턴이 확산하면서 온·오프라인 지형이 재편되고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로 대표되는 명품 전용 온라인 플랫폼은 최근 해외여행 회복세에 더해 종합몰 형태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명품 취급을 늘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머스트잇의 영업손실은 158억원, 트렌비는 232억원, 발란은 373억원이었다. 세 회사 모두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월간 순사용자 역시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다. 올해 2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의 월간 순사용자는 8만9111명, 14만258명. 16만7183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58%, 76%, 59.9% 줄었다.

그나마 이들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캐치패션처럼 중소 온라인 명품 플랫폼 중에는 폐업을 눈앞에 둘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업체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VC(벤처투자자) 사이에서는 중소형 명품 플랫폼들이 올해 상반기 2곳을 시작으로 줄줄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말이 돈다”고 귀띔했다.

종합몰 형태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 틈을 타 온라인 명품 사업을 키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명품 취급을 늘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전략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2조원이었다. 이 가운데 온라인 거래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전 세계 평균(19%)을 고려하면 성장 잠재력이 크다.

쿠팡은 지난해 국내외 명품 뷰티 브랜드를 취급하는 ‘로켓럭셔리’를 출시했다. 지난 1월에는 영국의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롯데온과 11번가는 각각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와 ‘우아럭스’를 운영하고 있다. SSG닷컴도 2022년 7월 명품 전문관을 처음 선보인 이후 꾸준히 상품과 서비스 역량을 키웠다. 지난해 하반기 SSG럭셔리 주문 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롯데온 온앤더럭셔리도 매출 신장률도 2022년 15%에서 지난해 60%로 뛰었다.

오프라인 명품 강자인 백화점도 경쟁의 대열에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명품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21년 46.9%에서 2022년 22.1%, 지난해 0.3%로 줄었다. 롯데백화점도 같은 기간 35%→25%→5%로 감소세다.

다만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대표되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에 대한 백화점의 경쟁력은 여전하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도 계속 몸값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연초에도 에르메스를 비롯해 샤넬, 디올, 부쉐론, 티파니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백화점은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를 앞세워 온라인과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본점과 잠실을 중심으로 명품 브랜드 보강을 통해 프리미엄 경쟁력을 강화했다. 본점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발렌티노, 구찌 RTW, 셀린느 매장을 차례로 유치했다. 에비뉴엘 잠실점은 프랑스의 남성 명품 브랜드 벨루티 매장을 새로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2·3층 해외패션 브랜드의 MD(상품기획)를 개편 중이다. 판교점은 올해 로로피아나·로저비비에 등 10여 개의 해외 명품 브랜드를 입점할 계획이다.

명품 플랫폼의 부진 속에도 중고 거래는 늘고 있다. 국내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 상품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아진 데다, 경기 침체로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실제 중고 명품 거래에 힘을 주고 있는 트렌비에서 최근 3년간(2021~2023년) 중고 제품 판매 신장률은 평균 40%였다.

중고 명품 시계 거래 플랫폼 바이버의 지난해 12월 거래액 성장률은 전월보다 23.9% 늘었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중고 명품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대비 84% 성장했고, 같은 기간 번개장터 검수 서비스 ‘번개케어’를 통한 중고 명품 거래액도 160% 신장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에르메스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 말고는 한동안 소비가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불황으로 장롱에 있던 명품이 밖으로 나오면서 중고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kimsta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