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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암울한 민낯 드러낸 공천

선거를 앞두고 공천 잡음이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총선에서의 파열음은 유독 큰 듯 하다. 선진정치와 거리가 먼 암울한 민낯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똑같다.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공천시스템에 대형 오류가 생겼다는 말까지 나온다. 14일 밤 국민의힘은 ‘5·18 폄훼’ 논란을 야기한 도태우 대구 중·남구 후보에 대한 공천을 전격 취소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목발 경품’ 멘트로 뒷말을 낳은 정봉주 서울 강북을 후보에 대한 공천을 없던 일로 했다. 도 후보는 “5·18은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해 5·18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올랐고, 정 후보는 비무장지대(DMZ)와 목발, 경품 발언으로 우리 군 장병을 비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심한 것은 두 사안 다 초반 여론이 심상찮았음에도 이를 뭉개다가 각 후보의 추가 발언이 보도되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자 마지못해 공천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도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며 공천 유지를 결정했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 후보 논란에 “오래된 일”이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입장을 취했다. 양당 모두 공천 논란에 둔감했던 것이다. 결국 ‘공천→유지→번복’의 해프닝으로 양당이 입으로 떠들던 시스템공천이라는 말은 무색하게 됐고, ‘엉터리 검증’ 시스템이었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그동안 양당의 잇단 공천 파열음을 지켜본 국민으로선 도·정 후보의 공천 취소 소동까지 목도하며 더욱 불편한 시선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여당 쪽은 정치 신인의 여의도 입문이 꽉 막힌 쇄신없는 현역 위주 공천이라는 뒷말을 낳고 있고, 민주당 쪽은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신조어까지 나돈 상황이다. 양당에 ‘사심’이 작용하면서 민주적 공천시스템 작동이 아예 멈췄다는 말까지 나온다.

또다른 문제는 비례대표 공천도 투박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위성정당 난립으로 국회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을 보완하자는 비례대표 취지는 실종되고, 한표를 더 얻기 위한 ‘편법 열차’로 전락한지 오래다. 오죽하면 ‘비례대표 재선’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조롱까지 나돌까.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의원이 유죄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의석 승계를 막는 내용의 법을 총선공약으로 내건 것은 선거용 냄새가 다분하지만, 설득력은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처럼 대법원 판결로 감옥으로 가게돼 의원직을 잃더라도 누군가 의원직을 승계해 결국 의원숫자는 줄지 않는다는 셈법이 깔린 이들이 많아진다면 비례대표 존립 가치는 없어질 것이다. 말 많은 공천, 탈 많은 공천, 최종 심판자는 결국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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