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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대출’ 사기범에 줄줄이 실형 선고… “금융사 대출심사 강화돼야”
청년 보증금 대출 상품 악용 대출 사기범들에 실형 판결
‘비대면 대출상품’ 취약점 악용… 금융사 피해 속출'
법조계 “비대면 대출심사 기준, 대면 수준으로 상향 필요”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문에 아파트 급매물과 상가 임대 등 현황이 붙어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금융사가 대출 문턱을 낮춘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을 운영하면서 줄곧 대출사기 범죄의 타깃이 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법원에선 이 같은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제도를 악용한 사기 범죄 가담자들에 대한 실형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재은 판사는 지난 8일 사기, 사기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징역 8개월~1년 6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사기미수 혐의로만 기소된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A씨 등은 대출사기 총책의 지시 아래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에 5차례에 걸쳐 허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을 운영하는 카카오뱅크를 속여 각각 1억 원, 총 5억 원의 보증금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는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총 5차례 걸쳐 보증금을 편취하려다 대출이 부결돼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정부의 보증 지원으로 마련된 카카오뱅크의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은 만 34세 이하이면서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임차인이 수도권 7억 원 이하, 비수도권 5억 원 이하에 해당하는 주택을 임차할 경우 전월세 보증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잔금일 1개월 전부터 15일 이전까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전월세보증금의 최대 90%, 총 1억 원까지 대출금을 임대인의 계좌로 이체하고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면 다시 상환받는다.

이들은 대출사기 총책이 임차인의 임차 보증금과 매매가가 동일해 '무자본 갭투자'가 가능한 소위 '깡통주택'을 매수하면, 주변에 긴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물색해 이들이 허위 임차인으로서 대출금을 신청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사기 범행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 등은 대출신청자가 직접 은행에 방문할 필요 없이 모바일로도 간편하게 대출을 신청할 수 있고, 정부와 카카오뱅크 사이에서 보증기관의 심사도 까다롭지 않은 대출 상품의 허점을 이용해 대출금을 편취하고 도박자금, 개인채무 변제,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제도를 악용해 대출금 상환의 의사 없이 대출금을 편취하기로 조직적으로 공모해 실행한 후 취득한 범죄수익을 분배한 범행”이라며 “피해자인 금융기관의 피해를 넘어서서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제도를 이용하려는 다수의 선량한 청년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재정에 손실을 입히게 돼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허위 임차인, 허위 임대인의 역할 또는 모집책을 담당하며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해 그 죄책이 가볍지 않고, 이 사건 각 피해액 또한 적지 않다.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자백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이 주도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고 대출사기 총책 등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과 유사한 사례들은 전국적 양상이다. 서울남부지법에선 지난 5일에도 청년 전월세 보증금 상품을 악용해 카카오뱅크로부터 대출금을 편취한 D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부산지법에서도 지난 4일, 청주지법에서도 지난 6일 청년 전월세 보증금 상품을 악용한 사기범들에게 실형 판결이 선고됐다.

검사 출신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비대면 대출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로 금융사인 카카오뱅크가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진정한 계약서로 믿었다는 점에서 향후 대면 대출 시스템에서의 기준에 준하는 정도로 금융사가 심사를 강화하는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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