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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악, 사고 났어?” 이 맘 때면 찾아오는 공포의 도로 [지구, 뭐래?]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으악, 뭐야? 사고 났어?”

직장인 A씨는 지금도 당시 기억이 아찔하다고 했다. 그는 “운전하다가 갑자기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거치대에서 내비게이션이 떨어질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며 “로드킬이라도 한 줄 알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큰 사고가 날 뻔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차에서 내린 A씨가 발견한 건 다름 아닌 포트홀(pot hole). 아스팔트 도로에 생긴 구멍이다. 하지만 명칭만 ‘구멍’이지, 사실상 도로 한 차선을 다 차지할 만큼 거대했다고. 그는 “이후로도 크고 작은 포트홀이 계속 이어져 있어 정말 도로가 위험했다”고 토로했다.

[독자 제공]

매년 2~3월이 되면 도로의 포트홀이 극성이다. 해빙기에 찾아오는 불청객. 하지만 불청객이란 표현마저도 너무 착해(?) 보인다.

실제 겪어본 이들은 포트홀이 공포 그 자체다. 언제 어디서 구멍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도 없고, 급격히 핸들을 돌리거나 급정거하면 2차 사고로도 이어진다. 실제 포트홀 때문에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도 빈번하다.

더 큰 문제는 포트홀이 최근 급증한다는 데에 있다. 폭설이 잦아지면서 제설제인 염화칼슘 사용량이 늘면서 아스팔트를 부식시키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상고온과 한파가 반복되는 등 온도 차가 극심해져 지반을 약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통적인 건, 결국 이상기후다. 폭설, 폭우, 폭염, 혹한. 포트홀의 원인엔 모두 극단의 기후변화가 언급된다. 이상기후의 피해가 결국 공포의 도로로도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 22일 오후 인제군 북면 용대리 56번 지방도에서 굴착기가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

통상 포트홀은 해빙기인 2~3월과 장마철인 6~7월에 많이 발생한다. 전통적으론 장마철 때 포트홀 피해가 극심했다.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급격히 온도가 상승하면서 아스팔트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엔 또다른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장마철 외에도 겨울철이나 이른 봄에도 포트홀이 늘고 있는 것.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월별 포트홀 보수현황에서 가장 보수를 많이 한 시기는 7~8월로 각각 9009개, 1만126개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게 3월로 8062개다.

겨울철에 폭설이 잦아지고, 또 제설제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겨울철 아스팔트 손상이 커진 여파로 풀이된다.

이를 포함,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서울시에서만 7만1836개의 포트홀을 보수했다. 면적으로 치면 총 4만7511㎡. 통상 축구장 1개 면적이 6000㎡(100*60m)라면, 최근 3년간 축구장 8개 규모의 면적의 포트홀이 발생한 셈이다. 이건 서울 만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1일엔 경기 평택시 고속도로에서 포트홀로 차량 18대의 타이어가 파손되기도 했고, 최근 광주에서도 폭우의 여파로 이틀 사이 1000건에 가까운 포트홀 신고가 쏟아지기도 했다.

포트홀은 아스팔트 도로에 물이 스며들고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지반 약화에 따라 발생한다. 온도 차가 극심하거나, 염화칼슘을 자주 뿌리거나, 폭설이나 폭우가 잦을 때에도 포트홀은 증가한다. 이상기후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게티이미지뱅크]

시급한 대책은 포트홀을 발견하는 대로 보수하는 것. 적극적인 신고도 필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포트홀 신고로 포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10건~50건 미만은 2만원, 50~100건 미만은 3만원을 지급해주는 식이다. 500건 이상이면 2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발생 원인 자체를 줄이는 일이다. 이상기후를 최소화하는 것인데, 이는 특정 개인,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최근엔 지난 30년 간 이상고온으로 뉴욕시의 약 36배에 달하는 그린란드 빙하가 녹어내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리즈대 조너선 캐리빅 박사팀은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며 “앞으로 더 극단적인 기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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