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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일러 틀기 무서워” 전기장판으로 버틴 전셋집…주인한테 속았다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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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 집은 겨울에 난방비가 얼마나 나와요?”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아본 이라면 누구나 안다. 웃풍이 얼마나 괴로운지. 이불을 뒤집어써도 코끝이 시린 이유. 창마다 뽁뽁이를 붙여도 소용 없다.

단순히 몸만 힘든 게 아니다. 난방비 폭탄을 각오해야 한다. 월 주거비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다. 도배 상태 등은 눈으로 알 수 있지만, 이 집의 난방 효율이 좋은지는 살아보지 않으면 알기도 어렵다.

에어컨이나 냉장고를 살 때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따져보듯 집에 들어가기 전에 냉난방비를 가늠하면 어떨까. 임대차 계약을 할 때 건물의 에너지효율등급을 반드시 나타내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건물주도 경쟁적으로 난방 효율을 높일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세입자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가게에서 상인이 전기난로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 [연합]

정책·입법연구센터 공익허브와 민변 복지재정위원회는 19일 ‘임대주택 에너지효율등급 표시제’를 입법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자 제품의 에너지효율등급의 원리와 효과를 적용한 제도다. 현재 상당량의 전기를 소비하는 제품은 에너지효율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생산자는 고효율 제품을 개발하도록 촉진하고 소비자는 전기요금을 예측해보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임대 주택에 에너지효율등급 표시를 의무화하면 임차인은 에너지 효율이 낮아 난방비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을 피할 수 있다. 또 임대차 계약 체결 전에 임대인과 주택 수선에 관한 사항을 조율할 수 있다는 게 공익허브의 설명이다.

공익허브는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근본 원인인 노후 주택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건 값비싼 에너지가 줄줄 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라며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한 석탄화력발전소. [연합]

노후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건 난방비 절감뿐 아니라 온실가스도 감축 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건물도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서 의결한 ‘2022년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점검 결과’에 따르면 건물 부문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4830만t이다. 농축수산 및 폐기물 부문보다 건물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더 많다. 특히 농지나 산업단지가 없다시피 한 서울에서는 온실가스의 66.5%가 건물에서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2.8%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22년에는 외려 전년 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985년 지어진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단독주택 [서울도시재생지원센터]

건물 부문 온실가스의 상당량은 노후 주택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주택의 절반 가까이가 지어진 지 20년, 15%는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이다. 노후 주택은 최근 건설된 주택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40% 이상 높다.

실제 간단한 집 수리를 통해서 에너지를 30~40% 절감한 사례도 있다. 서울도시재생지원센터의 ‘2020년 주택성능진단시범사업’을 통해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1985년식 단독주택은 월 에너지 비용을 31만7000원 절감하기도 했다.

벽과 천장의 단열 및 창호 공사, 난방배관을 신설하는 공사 등을 한 결과다. 연간 단위면적당 에너지소요량도 집 수리 전 358.7㎾h에서 160.5㎾h로 55.3% 절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비용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데다 ‘내 집’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임대인이 임차인의 편의와 난방비 절약을 위해 비용을 들여 집수리를 하기도 쉽지 않다. 에너지효율등급 표시 의무화 대상을 임대 주택으로 좁힌 이유이다.

현재도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따라 건축물의 에너지효율등급을 인증하는 제도가 있지만 표시 의무 대상이 공공주택사업자 등으로 제한돼 있어 효과가 적었다. 공익허브에 따르면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을 거친 주거용 건물은 전국에 약 4000개에 그친다.

이와 함께 에너지효율등급 표시를 의무화하려면 비용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는 게 공익허브의 제안이다. 해외에서도 주택의 에너지효율 등급을 의무적으로 인증 받도록 하는 동시에 지원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

독일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약 76 조4000 억원을 투입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2023 년 기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에 약 995억원,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약 52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공익허브는 “시장에서 주택의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면 낮은 등급 표시를 꺼리는 임대인이 주택을 수선하고 난방시설을 관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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