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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만 막히면 꼭 배 아파” 급변 때문에 장거리 운전 포기…나만 이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괜찮다가도 고속도로에 차만 막히면 갑자기 배가 아파요.”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장거리 운전을 극도로 싫어한다. 장거리 운전에서 차만 막히면 갑자기 급하게 배가 아픈 경험이 많기 때문. 그는 “화장실을 못 간다는 생각이 들면 이상하게 바로 배가 아프거나 설사 기운이 난다”며 “장거리 운전이 얼마나 두려운지,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토로했다.

기업 인사담당자인 B씨는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필기이든 면접이든 꼭 시험 직전만 되면 배가 아프다는 취업준비생들 얘기다. 그는 “전형 때마다 꼭 그런 지원자들이 나오곤 한다”며 “긴장한 탓이겠지만, 사실 회사 입장에선 참 난감하고 귀찮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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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용어로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소재로 쓰이는 만성 질환으로, 주로 긴장할 만한 상황에 직면하면 갑자기 복통을 느끼거나 급한 설사에 시달리는 질환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질환을 겪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 10명 중 1명꼴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데에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 연구팀이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에 효과가 있는 미생물 균주를 발견했다. 임상실험 등을 통해 과민성장증후군을 치료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최수인 선임연구원, 남령희 연구원, 이동호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이동호 교수 연구팀은 수많은 현대인이 고통 받고 있는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에 효과가 있는 미생물 균주를 발견, 성별에 따른 효과까지 규명했다.

과민성장증후군은 특별한 질환이나 해부학적 이상 없이 주로 식사 이후 복부 통증과 불편감을 느끼고, 설사 혹은 변비 등 배변 습관에 이상을 보이는 만성적 증상의 집합을 말한다.

전체 한국인의 약 10%가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장하면 배가 다소 아픈 체질 정도로 넘어가곤 하지만, 실제 이를 심하게 겪는 환자의 고통은 상당하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평생 걸쳐 시도 때도 없는 복통과 급한 설사로 인해 학업이나 직장 생활 등에서 큰 지장을 느끼고, 장거리 운전이나 대중교통 이용과 같은 일상 전반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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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과민성장증후군은 스트레스, 염증, 장·뇌 신경계 이상, 장내세균 불균형 등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이유로 생기는지, 치료법이 무엇인지 확인된 게 없다.

김나영 영구팀은 건강한 장에서 추출한 유익균을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 이에 적합한 균주를 찾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공여자에서 관찰되는 ‘로즈부리아 파에시스(Roseburia Faecis)’ 균주에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하고,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한 쥐 모델에 13일간 경구 투여해 관찰했다.

그 결과, 로즈부리아 파에시스를 구강 투여하면 과민성장증후군의 중증도를 높이는 비만세포의 수가 크게 감소하고 설사 증상이 개선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과민성장증후군 유사 증상을 겪는 쥐(WAS, 가운데 막대)에 로즈부리아 파에시스 투여 시(WAS+R22-12-24, 오른쪽 막대) 과민성장증후군 증상을 악화시키는 비만세포의 수가 크게 감소하며, 이러한 경향은 수컷(Male, 파란색) 쥐에서 두드러지는 결과를 보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필수아미노산 흡수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항상성(생물이 최적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회복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수컷 쥐에서 이런 효과가 더 컸다는 점. 연구팀은 “로즈부리아 파에시스 균주가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김나영 교수는 “로즈부리아 파에시스 균주의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남녀 성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인체 대상 임상시험 연구를 진행해 수많은 현대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과민성장증후군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최근엔 국제학술지(Journal of Cancer Prevention)에도 게재됐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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