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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후처벌 규제강화보다 안전문화 정착이 우선”
헤경·대륙아주 산업안전법제포럼
나원석 대한산업안전協 국장 강연
“소규모 사업장도 안전관리 필요
근로자 안전의식 제고 노력해야”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주최하는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이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초청 연사인 나원석 대한산업안전협회 국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보여주기식 기술적인 안전관리로는 산업재해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도 모든 구성원들의 머릿속에 ‘안전 DNA’를 내재화할 수 있는 안전·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원석 대한산업안전협회 국장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포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 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안전문화의 이해와 사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나 국장은 지난 2002년 대한산업안전협회에 입사해 20년 넘게 활동하며 산업안전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협회 안전진단본부에 재직 중이며,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 국제심사원, 안전코칭지도사, 위험성평가 컨설팅 및 전문 강사요원, 안전문화 관리사 등을 역임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전면 시행에 앞서 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간 시행을 유예했고, 올해 초 다시 2년을 추가 유예하기 위한 여야의 법 개정 논의가 불발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바 있다.

특히 같은달 31일 확대 시행 나흘 만에 첫 사망 사고가 나오면서 중기업계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나 국장은 “결국 사후처벌에 초점을 둔 규제 강화보다는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 임원진의 리더십과 책임감 등 ‘안전은 곧 비즈니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문화 중심의 안전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나 국장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우리나라의 사고사망만인율(인구 1만명당 사망자 수를 비율로 나타낸 수치)과 점차 둔화하는 산업재해율 등을 근거로 들며 “규제와 처벌을 기반에 둔 안전관리에 한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은 0.43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4위에 해당하며, OECD 평균(0.29)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0.35를 기록했으며, 일본은 0.15, 영국과 독일은 각각 0.08, 0.07로 집계됐다.

산업재해율의 경우 2003년 0.90을 기록한 이후 0.48을 기록한 2017년(2013년 제외)까지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2018년 0.54, 2022년 0.65 등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아울러 지난해 산업재해에 따른 기업 손실액 6조6864억원, 경제적 손실 추정액(직·간접 손실액)은 전년 대비 3.62% 늘어난 33조4324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나 국장은 “매년 2000여명의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사망하고 있다”며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제 시행,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정부와 기업 모두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안전 DNA 내재화를 위해 나 국장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최우선 실천과제로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 기반 안전관리로는 근본적인 안전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법과 제도, 관행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안전문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보건확보 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해졌고, 산업구조의 변화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이 다양해진 것도 이같은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 국장은 또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개선할 수 없다’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면서 “감각적이고, 막연한, 경험에 의한 접근이 아닌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한 작업 환경과 안전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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