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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O데이 지겹다”…뻔한 상술 피로감 느끼는 소비자[취재메타]
한 때 100개 넘었던 ‘OO데이’ 현재는 40여개
“80.4% 시민, 기념일 너무 우후죽순 생긴다”
업계 “무분별한 데이마케팅 아닌 소비에 집중”
전문가 “오랜 시간 지속된 데이마케팅 피로감”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ά) 행간을 다시 씁니다.

한 대형마트에서 밸런타인데이 기획 초콜릿과 상품을 소개하는 모델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밸런타인데이는 이제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기보다 연인·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날 아닌가 싶습니다.”

직장인 박규정(29) 씨는 ‘데이마케팅’(한 날짜를 기념일로 선정해 관련된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에 피로감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이 마케팅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한때는 ‘OO데이’만 100개에 달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살아남은 ‘OO데이’는 40여 개 남짓이다.

대표적인 ‘OO데이’는 매월 14일 각각의 의미를 담아 선물을 주고받는 ‘포틴데이’다.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챙기는 기념일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1월 14일 다이어리데이, 9월 14일 포토데이 10월 14일 와인데이 등 대중들이 알지 못하는 포틴데이도 많다.

숫자를 이용한 데이마케팅도 있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가 대표적으로, 1월 19일은 찜질방데이, 2월 3일은 인삼데이, 3월 3일은 삼겹살데이, 5월 2일은 오이데이 등이다.

다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데이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데이(기념일) 문화’와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0.4%는 ‘최근 지나치게 많은 기념일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직장인 김수진(27) 씨는 “이제 OO데이는 챙기는 사람만 챙기는 그런 분위기로 바뀐지 오래”라며 “마케팅 업계에서는 호들갑을 떨지만 주위 사람들은 별 관심 없고, 그냥 데이트하는 날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인에게 달달한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었던 ‘밸런타인데이’는 이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편의점 업계에서는 카카오프렌즈 ‘춘식이’, 만화 ‘빵빵이’ 등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기획 상품을 판매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무분별한 데이마케팅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분위기다. 무분별한 데이마케팅이 오히려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등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제과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대표적인 기념일인 화이트데이, 밸런타인데이 등의 매출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점점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라며 “이제는 소비자들이 단순하게 초콜릿과 사탕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그날 자체를 특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마케팅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똑똑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기념일 자체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데이마케팅에 대한 피로도는 높이지 않으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일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 역시 기업들의 트렌드 적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데이마케팅이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기업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데이 마케팅을 활용하면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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