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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도 中도 무역의 ‘지정학적 거리’ 축소…프렌드쇼어링 현실화됐다 [디브리핑]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세계화의 시대가 저물고 지정학적 이해 관계에 따른 글로벌 무역지도 재편이 현실하고 있다. 과거 상대국의 경제규모, 지리적 거리 등에 주목했던 세계 무역에 어느덧 지정학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소수의 우방국에 편중된 이른바 ‘프렌드쇼어링’이 가진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컨설팅회사 맥킨지 산하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가까운 국가들 간의 거래를 수치화한 결과, 소위 ‘무역의 지정학적 거리’가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프렌드쇼어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팀은 먼저 지난 2005년에서 2022년까지 유엔 총회에서 부쳐진 201건의 결의를 분석, 각국의 지정학적 입장을 미국을 기준으로 0부터 10까지로 분류했다. 가령 미국이 0이라면, 가장 입장이 대치되는 이란은 10으로 설정됐다. 영국은 0.3, 브라질은 5, 그리고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9.6으로 분류됐다.

조사팀은 이 같은 척도를 바탕으로 각국에서 다른 국가로 수출입품이 이동하는 지정학적 거리를 계산했다. 만약 이란 무역의 절반이 미국을 상대로 이뤄지고, 나머지 절반이 브라질을 상대로 이뤄진다면 이란의 무역 지정학적 거리는 7.5가 되는 식이다.

[로이터]

그 결과 각국의 무역 지정학적 거리는 대체적으로 최근 몇년새 거리가 짧아지는 추세가 뚜렷하게 발견됐다. 가령 미국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6년동안 무역 지정학적 거리를 앞선 6년 대비 10%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인 것이 지정학적 단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역시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서서히 배제되면서 같은 기간 무역의 지정학적 거리가 4% 축소됐다.

더불어 미국의 무역 지정학적 거리는 세계 평균보다는 길지만, 중국보다는 훨씬 짧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국가별로 놓인 지리적,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무역 상대국의 차이도 있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무역이 대부분 역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국가의 상당수가 우방국이나 인근국을 상대로 무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리적으로 다른 대륙과 동떨어져있는 호주는 필연적으로 지리적,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진 국가들과의 무역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지정학적 기준만을 놓고 봤을 때 조사 대상인 150개국 중 가장 무역 거리가 긴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끼리끼리 무역’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국은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이해관계 먼 국가들과도 무역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는 곧 중국에 비우호적인 서방국가들과의 무역 감소분을 대체할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가 중국과 가까운 지정학적 블록에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

[출처=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맥킨지는 이를 미국의 ‘프렌드쇼어링’ 방식과 비교하면서 “중국의 ‘프렌드쇼어링은 우방국과의 관계를 강화한다기보다 적대국을 중앙 아시아나 중동의 비동맹국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무역의 지정학적 거리를 단축하는 방법은 우방과의 무역을 늘리거나, 무역 상대가 되는 우방을 늘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고 짚었다.

지정학적으로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은 반대로 공급망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프렌드쇼어링은 곧 무역 상대국 수의 감소를 의미하고 이에 따라, 무역 상대국이 일부 국가에 편중되면 덩달아 리스크 분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학적 척도의 중간부분에 위치하는 브라질이나 인도, 멕시코 등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는 “특정 지정학적 입장의 국가로 거래처를 한정하면 리스크가 크다”면서 “각국은 다양한 지정학적 포지션의 국가들과 무역 거래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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