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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SK만 있는게 아냐” 신비주의 벗어던진 외국계 기업도 ‘구인 전쟁’ [그 회사 어때?]
韓 반도체 구인난 속 외국계 기업도 변신
수준급 복지제도·근무환경에도 인지도↓
SNS 등 홍보채널 신설, 채용설명회 강화
“대중적 인지도 높여야 인재채용도 수월”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코리아 엔지니어들의 모습. [유튜브 ‘ASML’]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최근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국내 기업은 물론 한국에 자리잡은 외국계 기업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인재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수준급의 복지제도와 근무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그동안 국내 기업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최근 대외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첨단 미세화 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한국 내 입지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는 만큼 우수 인력 선점에도 힘을 쏟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코리아는 지난달 12일 첫 공식 블로그를 개설한 데 이어 17일엔 카카오톡 채널을 새로 만들어 선보였다. 앞으로 이들 신규 온라인 채널을 통해 ASML의 기업 문화와 기술 현황은 물론 채용 정보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4’에도 참가해 자사 부스에서 하루 네 차례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벨트호벤 반도체 장비기업 ASML 본사에서 외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핵심 시설인 클린룸에 들어가 방진복을 입고 있다.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윤 대통령, 피터 베닝크 ASML 회장, 최태원 SK 회장. [대통령실 제공]

ASML은 반도체 크기를 줄이는 초미세 공정의 필수 장비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ASML 클린룸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ASML코리아는 최근 국내에서 사업 기반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신사옥과 트레이닝 센터, 부품 재제조센터 등을 아우르는 ‘뉴 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내년 준공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1조원을 투자해 동탄에 EUV 공동 연구소도 짓기로 했다.

지난달 25일부터는 고객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화성·이천, 충북 청주 등에서 자사 장비 설치·관리를 담당할 경력 엔지니어 채용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장비 세계 1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는 분당을 비롯해 화성·이천·천안·평택 등에 총 12개 국내 사업장을 두고 있다. [유튜브 'AMAT']

반도체 장비 세계 1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역시 분당을 비롯해 평택·화성·이천·천안 등에 총 12개 국내 사업장을 두고 있다. 직원 수는 약 2100명 이상이다. 2023년 한국에서 거둔 매출이 AMAT 글로벌 매출의 18%를 차지할 만큼 한국 시장의 비중도 커졌다.

식각·증착 등 반도체 전공정 대부분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AMAT는 국내 대학교에서 리크루팅(채용 설명회)을 꾸준히 진행하며 사업을 소개하고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특히 AMAT코리아의 공식 인스타그램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로 인기를 모으면서 외국계 경쟁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램리서치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국내 언론에 경기도 용인과 동탄에 있는 자사 주요 시설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대외 인지도 제고에 나섰다. 램리서치코리아는 현재 경기도 용인 캠퍼스에 사무동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완공되면 동탄에 위치한 테크니컬 트레이닝 센터와 판교에 위치한 한국 본사까지 모두 용인 캠퍼스로 집결시켜 시너지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램리서치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경기도 동탄의 테크니컬 트레이닝 센터 등 주요 시설을 공개했다. [램리서치코리아 제공]

램리서치코리아는 인재확보 전략 중 하나로 매년 국내 대학생들을 자사 테크니컬 트레이닝 센터로 초청해 고가의 자사 장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중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 직원에게 4개월의 유급 휴직을 제공하는 등 복지정책도 강화하며 인재확보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외국계 반도체 장비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2015~2016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외국계 기업의 규모가 지금의 절반 수준이어서 취업준비생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했다”며 “구인난도 지금보다 덜했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대외 홍보활동을 크게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첨단 공정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전환하면서 이 같은 기류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반도체 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네덜란드, 미국계 장비 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는 관세청의 2023년 수출입 무역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 규모는 네덜란드(약 6조2200억원)가 가장 컸는데 이는 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국내 반도체 산업의 ASML 의존도가 절대적인 셈이다.

AMAT, 램리서치 등을 보유한 미국(약 3조4400억원)과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있는 일본(약 3조3000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보다 대만에 더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권역 내 인재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회사 사업현황과 복지혜택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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