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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과의사가 파킨슨병 치료한다?” 믿을 수 없는 사실…결국 사달났다
○○○치과 A원장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줄기세포 효과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치과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파킨슨 증후군과 소뇌위축증 진단 받은 50대 남성. 경동맥 줄기세포 1회 수 지팡이 없이 혼자 걸어가겠다고 말한다.”

말만 들어보면 기적이 따로 없다. 지속적인 떨림과 심한 머리 두통, 허리통증으로 괴로워하던 50대 남성은 ‘한 시간’ 전 받은 경동맥 줄기세포 치료로 몸이 씻은 듯 나았다고 말한다.

파킨슨 증후군 등 같은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으로 느껴질 법한 상황. 치료를 문의하는 댓글에는 “파킨슨증후군 진단된 지 3년 됐는데 독립보행이 어려워요” “설암 수술 후 어깨통증 및 비뇨 장애, 시력 저하 등으로 고생하고 있어요” 등 절절한 사연이 담겼고, A원장은 “줄기세포 치료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A원장은 신경과 전문의가 아닌 치과의사다. 의료법은 치과의사 면허 범위 외의 의료 활동을 금하고 있는데, 무면허 의료행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A원장이 하는 파킨슨병 등 줄기세포 치료가 신의료기술 평가도 받은 바 없다. 의료계는 A원장을 무면허 의료행위, 신의료기술 미등재 등으로 고발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치과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구독자 약 18만명을 보유한 ○○○치과의원 A원장은 파킨슨 증후군, 소뇌위축증 등 진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하고 있었다.

A원장은 치과의원이 운영 중인 블로그를 통해 시술을 자세히 소개했다. 목 혈관에서 최대 240㏄ 채혈 뒤, 줄기세포를 활성화 해 경동맥·경정맥에 주사하는 식이다. 줄기세포 효과로 ▷뇌혈류 증가 ▷신경재생 ▷근육이완 등을 소개했다.

A원장은 “경동맥 줄기세포는 치료효과를 질환자 스스로 즉각적으로 체감하는 사례가 많다”며 “하지만 시술 난이도가 경정맥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치과를 비롯한 극소수 병원에서만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의료계 자문 결과, A원장의 의료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일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치료 자체도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는 등 사례가 없었다. 더욱이 치과의원이 업로드 한 유튜브 영상 및 블로그 등은 의료광고 심의를 받지도 않았다.

쉽게 말해 무면허 의료행위, 임의비급여, 사기죄 등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해당 영상에는 각종 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 한 환자나 환자보호자들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치과 유튜브 캡처]

▶치과의사가 파킨슨병 치료…무면허 의료행위?= 우선 통합치의학전문의로 자신을 소개한 A원장은 치과의사다. 의료법에서 정한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는 파킨슨병 등 진료가 포함돼 있지 않다.

더욱이 ○○○치과는 통화 연결음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 ○○○ 치과다. 이명, 난청, 어지럼증, 손덜림, 뇌졸증, 조기치매, 뇌압 등 치료하며 일반 치과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공개하고 있다.

이상범 대한신경과학회 이사는 “경동맥·경정맥에서 혈액을 채취해 주입한다는 점, 파킨슨병, 파킨슨증후군, 루게릭병 등 치과의사의 진료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질병을 치료한다는 점 등에서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진료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도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면 의료법 위반”이라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들에게 위해가 되는 일을 서슴없이 하는 것인데, 법적 고발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치과 블로그 캡처]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조차 안 했다=더욱이 A원장이 시행중인 경동맥 줄기세포 치료는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 신청 이력조차 없다.

일반적으로 국가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아야 의료현장에서 쓸 수 있다. 이렇게 비급여 목록에 등재돼야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용·성형의 경우에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고도 비급여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치료 목적 등으로 비급여 목록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신경과학회도 “현재 줄기세포치료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경우는 연골 재생, 심근경색 등 목적으로 활용하는 정도”라며 “파킨슨병 쪽으로는 등재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이사는 “줄기세포치료는 상기 질환과 관련해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았거나 인정 비급여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 신청 이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의료법 전문인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도 “줄기세포치료술이 신의료기술 평가를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에게 비용을 받으면 안 된다”며 “비용을 받았다면 의료법 위반도 있지만, 건강보험법 위반, 사기 등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해당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 게시글이 의료광고 심의를 받지 않았을 뿐더러 내용이 허위라는 점, 목 부위를 채혈한다는 게 치과의사가 할 수 없는 의료행위라는 점 등을 꼬집었다.

의료계는 법적 고발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신경과학회는 “○○○치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필요 시 대한의사협회, 인접 학회 등과 협의 후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헤럴드경제는 A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 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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