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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위 ‘친환경 에너지’ 알고 보니 중국산…해상풍력까지 내준다 [비즈360]
해상풍력 낙찰 14배 증가…설비 보급 확대
5곳 중 2곳에 中자본·터빈·케이블 등 유입
中, 세계 풍력시장 60%…“태양광 꼴 날라”
인력부족도 심화…“해상풍력 확대 대비해야”
해상풍력단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국내 해상풍력 보급이 대폭 늘어나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따른 시장 잠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제 막 생태계 조성 단계인 국내 풍력시장에서 가격이 중요 경쟁요소로 떠오르며 정작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풍력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 인력도 부족해 향후 시장 확대에 따라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풍력 신규 설치 규모가 전년 대비 18% 늘어난 56.8기가와트(GW)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고성장에 힘입어 아시아 지역에서는 전년보다 46.9% 증가한 10.5GW가 새로 설치될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지역에서도 큰 규모의 해상풍력 경매가 다수 예정돼있다.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은 전체 풍력시장의 6% 수준이나 향후 10년간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 역시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과 비교해 소음 등 환경 문제가 적고 터빈 및 발전 단지의 대규모화가 가능해 경제적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것도 해상풍력에 유리하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풍력 고정가격계약입찰 결과 1431㎿(5개)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낙찰되며 전년 99㎿와 비교해 14배 이상 늘어났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풍력발전 설비 보급을 1만930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SK오션플랜트,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일렉트릭 등 다수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문제는 값싼 인건비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습이다. 이번에 낙찰된 해상풍력 프로젝트 5곳 중 낙월해상풍력, 고창해상풍력 2곳은 중국 자본과 중국산 터빈·해저케이블 등이 유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지난해 입찰 당시 상한가격을 비공개함으로써 사업자들의 보다 자유로운 가격 경쟁을 유도했다고 설명한다. 즉, 기존에는 미리 공개된 상한가격과 유사한 금액대에 대부분의 입찰이 몰렸다면 이번에는 보다 낮은 금액대에도 입찰이 발생했고, 낮은 금액 순으로 낙찰했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자재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워낙 싸다보니 (국내 기업들이 경쟁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태양광 시장을 중국이 다 장악했듯 해상풍력도 비슷하게 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일부 품목은 기술·가격경쟁력 요인 등으로 국내업체 참여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국가 에너지 안보에서의 중요성을 감안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풍력시장 공급망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풍력단지 구성의 핵심인 터빈시장에서는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중국 기업이다.

반면, 전기·에너지·자원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풍력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74%에 불과하다. 블레이드, 발전기, 변환기의 국산화율은 34%로, 기술과 가격 수준은 선진국 대비 60%다.

ISC는 “2000년대 중반부터 주요 부품들에 대한 꾸준한 국산화 개발이 진행돼왔으나, 협소한 국내 시장과 이로 인한 단가 경쟁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다수의 부품들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 인력 부족 현상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ISC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풍력분야 고용은 2021년 기준 2333명에 불과하다. 2020년(2088명)과 비교하면 풍력 제조·건설·발전 등 세부 분야별로 8~10% 고용이 증가했지만, 기존 종사자 수가 워낙 적어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세계 풍력산업 종사자는 2020년 125만명에서 2021년 137만명으로 늘어났다.

풍력분야 고용의 절반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전체 풍력 고용의 48%인 65만7000명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미국, 브라질, 베트남이 뒤를 잇고 있다. 풍력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으나 해상풍력에서는 앞서나가고 있는 영국의 경우 2023년초 이미 3만2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오는 2030년에는 10만명 이상을 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ISC는 “우리나라도 앞으로 급격한 해상풍력 시장의 확대에 따라 인력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며 “영국과 같이 해상풍력 분야의 인력 부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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