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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단추부터 잘못끼워진 사전청약…당첨 줄포기 나올까 [박일한의 住土피아]
“‘가정2지구 우미린’ 사태 잇따를 것”
사전청약 당첨자 무더기 당첨지위 포기
본청약 지연 단지 늘어날 수밖에 없어

[헤럴드경제=박일한 선임기자] 2022년 3월 ‘사전청약’을 받았던 인천 서구 ‘가정2지구 우미린 B2블록’ 사업이 무산된 데 대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간공급 사전청약 아파트로 첫 번째 사업 취소 단지인데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사전 청약 당시 278가구 모집에 총 607건이 접수됐다. 2023년 3월 본청약을 하는 게 목표였지만 인허가 지연 등으로 계속 연기됐다. 마침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했다. 사전청약당첨자들은 본청약 지연을 이유로 90% 가까이 당첨 지위를 포기했다.

시공사인 우미건설 계열 심우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땅을 사려고 대출한 토지대금의 중도금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고금리, 인허가 지연, 원자잿값 인상 등이 겹치면서 사업을 이끌어갈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3기 신도시 등을 대상으로 한 수도권 3차 사전청약의 공공분양 일반공급 신청 당시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위례 현장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청약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

건설업계에선 심우건설과 비슷한 처지의 건설사가 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1월 기준 LH 사전청약을 한 단지 95곳(5만425가구) 가운데, 본청약을 완료한 곳은 12곳(6611가구) 뿐이다. 본청약 일정이 이미 지났는데 마냥 미뤄지고 있는 민간 사전청약 단지만 27곳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곳에선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당첨 지위를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인기 입지를 제외하곤 당첨자 지위를 유지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실제 ‘가정2지구 우미린 B2블록’처럼 무더기 당첨지위 포기 사례가 나온 곳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 전 당첨자 지위를 포기해도 큰 불이익이 없다.

현재 상황은 사실 사전청약 제도 도입 시기 예견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사전청약 제도를 다시 도입한 2020년은 새 아파트를 분양하면 수만명씩 몰리던 때였다. 벌써 오래전 이야기 같지만 ‘로또청약’이란 표현이 흔히 쓰이던 상황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분양시장의 과열을 식히기 위한 방법으로 사전청약 제도를 도입했다. 청약(본청약)을 ‘예약’해 일반적인 ‘선분양’ 시점보다 2~3년 더 빨리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이렇게 하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고자 하는 무주택자들의 조급함이 덜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선분양제도에선 땅을 사서 인허가 절차를 모두 끝내고 착공 직후 분양한다. 다 지어지고 난 후 분양할 때 견본주택에서 제시한 것과 달리 ‘아파트 품질이 떨어진다’같은 논란은 생기지만, 어쨌든 2~3년 공사기간이 지나면 입주가 보장된다.

그런데 사전청약은 이야기가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본청약 일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을 미룰 수도, 취소할 수도 있다. 최근처럼 건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 미분양 증가, 공사자재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이 커지면 건설사들은 사업을 미룰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건 사전청약이 많은 곳에서 땅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수만명 인파가 몰린 3기신도시 사전청약 후, 해당지역에선 토지보상이 더욱 어려워졌다. 토지주들이 보상가 현실화를 주장하며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땅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하고 진행하는 사전청약이 흥행할수록 토지보상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본청약은 계속 미뤄지고, 사업성은 더 악화되는 상황이 확산됐다.

주택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생각도 달라진다. 사전청약이 도입된 2020년은 주택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해다. 당시 사전청약을 했던 사람들 대부분 앞으로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전청약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로또청약’을 기대했던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이젠 더 이상 본청약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급매물을 노리는 등 당장 눈에 보이는 내 집 마련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첨자들이 본청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제2, 제3의 ‘가정2지구 우미린’ 현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공공분양 ‘뉴:홈’을 9만호 이상 공급하고, 이중 1만호는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지금 시점에 2~3년 후 ‘본청약’, 그 뒤 다시 2~3년후 입주를 기다리면서, 사전청약을 하겠다고 나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0년 사전청약(당시 사전예약제)제도가 처음 도입돼 보금자리주택 1만3000여채가 공급됐는데, 사전예약 후 본예약까진 평균 4년, 최장 8년이 걸렸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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