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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남편이 죽자 용의자로 몰린 그 여자
쥐스틴 트리에 감독 ‘추락의 해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남편 추락사 진실 둘러싼 법정물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엄마! 엄마! 빨리 좀 나와봐요!”

시각 장애를 가진 아들 다니엘이 애완견과 산책을 다녀오는 길, 별장 문 앞에서 다급하게 엄마를 찾는다. 쓰러져 있는 아빠 사뮈엘을 발견한 것. 설경으로 아름다웠던 별장 앞은 사뮈엘의 붉은 피로 물들고 있었다.

사뮈엘의 머리엔 둔탁한 물건으로 맞은 외상이 발견된다. 그가 별장 2층에서 떨어진 뒤 2m 가량 기어간 흔적도 남아 있다. 그의 아내 산드라의 팔뚝엔 커다란 멍 자국도 확인된다. 수사 당국은 사뮈엘의 죽음에 대해 ‘의도가 개입된 사망’이라고 결론짓는다. 모든 정황은 산드라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산드라는 곧장 친구 뱅상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무죄를 주장한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추락의 해부’는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가 된 유명 작가 산드라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자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여성 감독으로는 세 번째로 받은 황금종려상이다.

영화는 일찌감치 작품성을 입증 받았다.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 등 2관왕에 올랐고, 크리틱스초이스 어워즈에선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40개 부문을 수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추락의 해부’를 지난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충격적인 비극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곧장 법정 드라마로 바뀐다.

사뮈엘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주장하는 산드라와 사뮈엘이 산드라에 의해 사망했다는 검찰 측이 팽팽하게 맞선다. 법의학자, 산드라의 제자, 아들 등 주변인들의 증언도 잇따른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법정 장면은 마치 배심원으로서 실제 법정 싸움을 지켜보는 듯하다.

법정 싸움은 단순히 그날의 진실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산드라 부부의 전체의 삶을 중심에 둔다. 산드라가 범인이라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검찰은 애증으로 뒤섞인 이들 부부의 관계사를 헤집는다. 다니엘이 시각장애를 가지게 된 사고 이후 금이 간 부부관계부터 산드라의 내밀한 성적 취향까지 모두 법정에서 까발려진다. 그리고 평소 소설을 쓰고 싶어하던 사뮈엘이 영감을 얻는 수단으로 일상을 녹음해왔던 파일들은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는 남편의 죽음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채 법정 싸움을 벌이며 깊은 고뇌에 빠진 산드라와, 재판에서 부모의 관계사를 모두 적나라하게 알게 된 어린 다니엘의 충격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날의 진실은 당사자만이 아는 법. 영화는 진이 빠지는 법정 싸움을 끝낸 뒤 피폐해진 산드라 가족의 모습도 조명한다. 재판을 끝낸 엄마와 아들에겐 홀가분함이 찾아오기 보단 덩그러니 세상에 홀로 남아 있는 외로움과 허무함이 압도하는 듯하다.

영화의 높은 몰입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은 산드라 역을 맡은 독일 배우 산드라 휠러의 열연이다. 휠러는 내밀한 부부관계 속에서 아내이자 엄마로서 마주하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그는 이번 영화로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떠올랐다. 휠러는 영화 ‘레퀴엠’으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여자연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31일 개봉. 152분. 15세 이상 관람가.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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