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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천적인 '박치'라고?! 박(beat)은 본능 [북적book적]
내 안의 규칙적인 느낌 ‘박’에 주목
음악적 쾌감도 박을 세는 본능에서 나와
[123rf]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대~한민국, 짝 짝 짝 짝짝”

2002년 6월,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던, 단순하지만 강력한 박(beat)이 있다. 박치든 아니든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가 알고 있는 이 박은 지금도 국가대항전 축구 경기를 할 때마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이 단순한 박이 어떻게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면서 모두 함께 할 수 있게 한걸까.

음악이론가인 이미경 전남대 교수는 그의 신작 ‘음악, 밀당의 기술’을 통해 음악의 3요소 중 멜로디나 리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박에 대해 조명한다. 박이란 음악을 들을 때 우리 마음 속에서 ‘쿵쿵쿵’하고 울리는 규칙적인 느낌이다. 흔히 말하는 ‘박자’는 박들의 조합으로 2개가 모이면 2박자, 3개가 모이면 3박자 식으로 불린다.

저자에 따르면 박은 인간이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마음이 진화시킨 특별한 능력이다. 우리의 목이 360도로 회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주변 상황을 예측하려면 무의식적으로 소리의 규칙성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긴 능력이 바로 '박'이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고개를 흔들거나 발끝을 까딱거리는 것은 나도 모르게 ‘박을 세는 능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박은 일종의 본능에 가깝다 보니 이론상 '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박자가 변하거나 주변의 방해가 있을 때 박에 다시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긴 하다. 저자도 “인간은 규칙적인 박을 선호하는 능력을 마음 속에 갖고 태어나지만, 태어나자마자 박에 맞추어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 “훈련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축구 응원 박이 우리한테는 쉬운 데 외국인들에겐 어려운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저자가 박에 주목한 이유는 바로 음악의 쾌감이나 감동을 주는 결정적인 원인을 박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음악을 박에 대한 밀당의 기술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인간은 음악을 들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박을 세는데, 내 안의 박과 음악의 템포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면 안정감을, 그게 어긋나면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녹는다. 이 과정은 마치 연애 초기 연인들의 밀당처럼 간질간질하고 몽글몽글하다. 이것이 바로 거부할 수 없는 음악의 매력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일반 독자들도 박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술적 자료는 물론, 그래프와 악보, 그림 등을 활용한다. 이와 함께 동요에서부터 클래식, 국악, 재즈, K-팝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악 동영상이 들어있는 50여개의 QR코드를 통해 보다 쉽게 내용을 이해하도록 했다.

음악, 밀당의 기술/이미경 지음/곰출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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