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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요금 1550원 vs 공짜…“출퇴근 시간 노인도 돈 받아야” 논쟁 재점화
공공요금 인상 기조 속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에 눈총
매월 노인 무임승차 1900만번…서교공 손실 수천억원
65세 기준 상향, 출퇴근 시간 유료화 등 논쟁
노인들 “온천 가는 것 아냐…그 시간에 볼일 있을 수 있어”
서울시는 지난 8일 올해 7월께 지하철 요금을 추가로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1400원에서 150원을 인상하면 1550원으로 오른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무임승차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거세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공거사’라는 표현을 들어보셨나요. 저도 5년 뒤면 곧 ‘지공(지하철 공짜)’이 됩니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젊은 사람들 눈치보고 타기 싫지만 그렇다고 공짜라는데 저 혼자만 돈 주고 타기도 그렇죠.”(서울 거주 공무원 김 모(59) 씨)

17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오는 7월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을 1550원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기본요금 1400원에서 150원이 오르는 셈이다. 지하철 요금을 올리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유임승차자들의 반발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 영등포구 거주 30대 직장인 박 모씨는 “시내버스를 탈 때는 노인들이 많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지하철만 타면 ‘우리나라 인구 고령화가 심하구나’ 새삼 느낀다”며 “아무래도 지하철 요금이 공짜라서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월별 65세 이상 노인 무임 승차인원은 평균 약 1900만명(중복 포함)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한 해 동안에는 노인, 장애인, 유공자 등 모두 2억3262만여명(중복 포함)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했다. 같은 기간 서울교통공사가 무임수송으로 입은 손실금은 3152억여원으로 당기순손실은 6419억원에 이른다.

고령화속도가 빠른 한국에서 지하철은 일상 속 세대 갈등이 확연히 드러나는 공간 중 하나다. 특히 고물가·취업난 속에서 젊은 세대가 무임승차에 대해 갖는 반발심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하철 무임승차 가능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상향해야 한다’거나 ‘출퇴근시간에는 유료화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

평소 지하철로 통학하는 대학생 이 모씨는 “밤샘 실험으로 지쳐 지하철에 탔는데 등산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자리양보를 강요할 때가 있었다”며 “아침 일찍 등산 가는 체력으로 서서 가면 되지 않나 생각이 들었고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평일 출퇴근 시간에라도 노인 무임승차를 막았으면 좋겠다”, “지옥철에 손수레를 끌고 타거나 전동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면 한숨이 난다”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출퇴근 시간엔 무료 탑승을 금지하고 있고, 프랑스는 소득이 낮은 고령층에게만 무임승차를 허용한다. 일본의 경우 성인요금과 동일한 지하철 요금을 받고 있으며,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노인에게만 무임승차를 허용 하고 있다.

한편 노인들은 노인 무임승차가 지하철 운영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했다. 김모씨 “경로우대 승차권을 찍으면 ‘행복하세요’라고 소리가 나오는 것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평생 세금 냈는데 사회에 빌붙는 듯한 이미지로 보이는 것이 싫다”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의 한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80대 양모 씨는 “노인들도 젊은 사람들 출근하는 시간에 볼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왜 놀러간다고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노인들이 지하철 공짜로 타고 온천으로, 산으로 놀러다닌다는 말도 들어봤는데, 저와 제 주변 친구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 “노약자석이 다 차면 어쩔 수 없이 일반석으로 가는데, 마치 그 곳은 노인들이 앉으면 안되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나이가 들면 온 몸이 다 아프다. 젊은 사람들이 양보해주면 무척 고맙다”고 덧붙였다.

서울뿐만 아니라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지방에서도 노인을 위한 사회비용이 점차 증가하면서 예민한 반응들이 분출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무임승차를 지원하는 부산광역시에서도 그렇다.

한 인터넷커뮤니티 이용자는 “부산 지하철에선 할머니가 할머니한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은 다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서 부산은 실버타운 겸 관광 도시가 됐다”며 “부산 지하철에서 젊은 사람들을 보려면 해운대, 센텀시티 정도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부산은 전체 인구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2.2%다.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어설 경우 초고령사회로 본다. 서울의 고령인구 비중은 18.1%이며 전국 평균은 18.4%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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