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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K-바이오 새 물결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이 코로나19 관련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마이클 밀켄의 최근 저서 ‘Faster Cures’는 바이오 분야에서 몇 가지 교훈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19세기까지 여러 질병과 감염병으로 많은 생명을 잃었지만 과학자들은 항생제, 백신, 면역요법, 항체치료, 유전자 편집, mRNA 백신과 같은 기술을 개발하며 고비를 극복해왔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 추세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데이터를 생산, 분석, 저장, 검색,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이 놀랍도록 발전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발전 양상은 그룹연구 중심의 거대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응집력을 갖는 조직을 구축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혁명이 이제 막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치과에서 스케일링하듯 몸속의 작은 암도 손쉽게 제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고 유전자 교정을 통해 선천적 결함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갑진년 새해를 맞아 K-바이오가 다가올 바이오경제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과 방향을 생각해본다.

먼저 바이오 분야의 산학연병을 네트워킹하고 역량을 결집할 거점기관을 육성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대형 원천기술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국가전략기술 등 국가 임무의 전진기지인 국가기술연구센터(NTC) 중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매우 바람직하다. NTC는 R&D는 물론 국가의 지식축적의 중심, 그리고 국가 바이오정책 도출의 거점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출연연이 국가 R&D의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필요가 있다. 출연연은 순수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기술패권경쟁 시대에 첨단 바이오 분야 국가전략기술 확보와 같은 국가적 목표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 인건비의 탄력적 관리 등 유연하고 자율적인 운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관이 처한 상황에 맞게 기관장이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셋째, 바이오 분야의 핵심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정부도 지난해 말 열린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서 2027년까지 11만명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IT, NT 등 다른 기술과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고 매우 빠른 주기로 신기술이 나오고 있어 이를 습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적으로는 이러한 융합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늘려가면서도 핵심 인재의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등에 있는 선진 연구기관과 새로운 기술과 치료법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와 인력 교류도 동시에 적극 추진해나가야 한다.

넷째, 인구절벽 시대에 출연연이 우수한 젊은 인력의 경력 유지와 성장의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지난해 말 세계 최대의 바이오연구기관인 미 국립보건원은 연구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박사후연구원 수를 확대하고, 박사후연구원의 5년 활용기한을 연장하며, 급여를 현재 최소 5만6484달러에서 7만달러로 대폭 인상할 것을 권고했다. 전 세계가 우수 인력을 연구경쟁력의 척도라고 인식하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재 확보를 국가 차원으로 격상해 해외 우수 연구자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섯째, 규제혁신도 매우 중요하다. 바이오 분야는 기술발전의 빠른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바이오 분야의 기술혁신은 곧 신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부분은 장벽이 된다. 일례로 국내에서 원격진료는 얼마 전까지도 불법이었기에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야 했다. 규제혁신과 산업발전은 실과 바늘이다.

여섯째, 고금리 장기화로 바이오산업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불가피하게 폐업을 준비하거나 운영비 마련을 위해 연구장비를 매각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기술력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일부 부처와 대전, 인천과 같은 지자체에서도 바이오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는 점은 늦었지만 매우 고무적이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펀드 규모를 늘려 바이오산업의 새싹들이 고사하는 것은 막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4년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새해를 ‘당겨쓴 여력, 압박받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전망했다. 우리에게는 위기 때마다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온 저력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심화하는 기술패권경쟁과 어려운 경제 상황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모멘텀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인 바이오헬스 산업을 활용하자. 그러면 비상하는 청룡처럼 바이오경제가 힘차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그 중심에 서서 K-바이오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주역이 될 것을 다짐해본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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