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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美 ‘원자력 르네상스’ 넷제로 시대를 꿈꾸다

미국은 원자력 기술의 종주국이자, 세계 최대 원전 운용 국가다. 하지만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이는 1970년대 후반 스리마일섬 원자력 사고 이후 30여년 동안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착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현재 전력의 3분의 2를 석탄·천연가스 등 화력발전에 의존한다. 발전 분야에서만 연간 약 16.5억t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탄소중립과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노력이 대두됐고, 이에 따라 미국에서도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으며 소위 ‘원자력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의 주역 중 하나로, 소형모듈식원자로(SMR)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SMR이 빠르게 부상하는 이유는 먼저 경제성 때문이다. 발전단가 측면에서는 대형 원전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대규모 파이낸싱이 필요하며 대형 건설 사업의 특성상 공급망·인력 문제에 취약해 발전사 입장에서는 쉽게 대형 원전 건설을 착수할 수 없다. 반면 현재 개발되고 있는 SMR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절감되고, 공장에서 표준 설계로 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될 예정이기 때문에 공기 지연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다.

또한 화력발전의 직접적인 대체재로 주목받는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는 자국 석탄발전 부지 중 300여개소가 SMR 발전단지로 재개장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SMR이 비교적 부지 제약이 덜하다는 점에서 기인한 특성이다.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 과정 속에서 기존 화력발전소 폐쇄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 유휴부지의 활용 문제와 지역경제 쇠퇴 등이 우려된다. 따라서 폐쇄된 화력발전 단지를 SMR 발전단지로 개장하면 기존 발전 관련 기반시설을 재활용할 수 있고, 발전 관련 인력의 고용유지도 가능해지는 등 기존 석탄발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MR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기존 에너지그리드에서 이격돼 있는 도서 지역이나 해양플랜트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부유형 SMR가 대표적이다. 또한 트럭·헬리콥터 등으로 운송 가능한 초소형 모듈식 원자로는 기존의 고비용 구조인 소규모 원격지 송전 인프라 설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분야의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철강·석유화학 등은 공정상 고온이 필요해 화석연료로 열에너지를 발생시켜왔다. SMR을 통해 이 과정을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생긴 열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런 원자력 공정열을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이나, 우주 탐사용 로켓을 추진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SMR이 다양한 분야의 넷제로를 위한 ‘만능 에너지원’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바람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을까. 최근에 만난 원전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압력용기 등 대형 기자재에서 경쟁력이 있고, 폐쇄 부지의 재조성 등에서 꾸준히 원전을 건설해 온 한국의 경험이 빛날 것이란 관측이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시대, 우리 원자력 산업계가 그 일익을 담당하길 기대한다.

장석일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 과장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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