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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우리는 재정준칙이 필요한가?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올해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다. 지금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의 요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하로 관리하고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율이 60%를 초과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한도를 2%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예산편성과 재정운용의 기본 원칙인 재정준칙을 왜 뒷전으로 미루어두고 있을까? 국회 일각에서는,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재정 운용의 폭을 제한하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왜 필요한지 묻는다. 그 뿐 아니라, 내년도 예산안에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9%로 설정되어, 재정준칙에서 설정한 한도를 초과하는데, 지키지도 못할 준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다.

재정준칙이 왜 필요한지 답해보자. 재정준칙은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도입되었으며, 2021년말 시점으로 105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하였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만이 도입하여 운용한 경험이 없다. 우리나라의 재정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마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지키지 못하는 재정준칙이 무슨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답해보자. 재정준칙이 있으면 준칙의 범위를 벗어나는 지출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지만, 준칙 자체가 없으면 재정 정상화에 대한 합의 도출과 계획 수립이 어렵다. 코로나19 위기는 좋은 사례이다. 이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재정준칙을 운용하는 국가의 대부분이 재정준칙의 적용을 중지하거나 준칙의 범위를 벗어나는 재정지출을 하였다. 그러나 재정준칙에 근거하여 재정규율이 강한 국가들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여력이 있었으며,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재정정상화에 어려움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개방형 중소규모 경제의 대표적인 강국인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그리고 아일랜드를 살펴보자. 이 국가들은 지속가능한 재정운용과 효과적인 사회보장제도, 그리고 혁신적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로 꼽힌다. 이 국가들도 코로나19 대응시기에는 재정적자가 발생했지만, 2022년부터 재정수지 흑자로 전환하여 정부부채를 감소시키고 있다. 5개국 평균을 보면, 2020년과 2021년에는 GDP 대비 정부부채 수준이 코로나 직전인 2019년의 42.8% 수준보다 높은 47.62%와 44.44%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2022년에는 38.84%로 낮아졌고 2023년에는 37.66%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스웨덴은 재정준칙의 적용을 중지하지 않았으며, 일시적 지출은 기존 지출한도 외로 관리하고 코로나 이후에 정상화하였다. 아일랜드는 핵심지출(Core Expenditure)의 연간 증가율을 5% 미만으로 제한하는 새로운 지출준칙을 2021년에 발표하고, 2022년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뿐 아니라, 2021년과 2022년의 경제호황에 따른 법인세수의 증가분을 지출로 소진하지 않고, 미래위험 대비와 경기 후퇴기의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는 재원으로 활용하였다. 아일랜드는 201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경기호황기에 재정을 무분별하게 확장했던 오류로부터 배운 뼈저린 교훈을 적용하였다.

이러한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현재 우리나라 예산편성과 재정운용의 큰 위험요소 중 하나는 재정운용 기조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재정준칙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현재 국회에 계류된 재정준칙은 지극히 기본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다. 부디 우리나라 재정이 기본에 충실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이번 21대 국회가 재정준칙 법제화에 힘 써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노욱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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