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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장님 잡혀가면 회사 망한다”…50인미만 사업장 10곳 중 9곳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안돼”
경총 조사…응답 기업 45%는 안전보건 담당자가 아직 없어
전문인력 부재·너무 많은 의무로 준비 난항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중소기업은 회사 사장이 구속되면 망한다고 보면 된다. 인력이나 자금이 부족해 중대재해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게 현실이다”(한 기업체 사장 A씨)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10곳 중 9곳은 중대재해법 대응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5일 중소기업 4개 단체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촉구' 서명운동 결과를 전달하는 모습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기업 1053곳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4%는 아직 법 적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고 10일 밝혔다. 적용 시한까지 의무 준수가 어렵다고 답한 기업 비율도 87%에 달했다.

작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자료사진. [연합]

해당 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현재 이들 기업에만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대부분은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45%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배치를 규정한 안전보건 담당자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안전보건 담당자가 있다고 한 기업의 57%도 사업주 또는 현장소장이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소규모 기업은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으로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부로부터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법 준수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인력이 없어서'(41%) ▷'의무 내용이 너무 많아서'(2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준비가 어려운 법 이행 항목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29%) ▷'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27%) 등이 꼽혔다.

경총은 기업 규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행과 관련해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항으로는 ▷'현장 특성에 적합한 매뉴얼·가이드 보급'(33%) ▷'전문 인력 지원'(32%) 등을 꼽았다.

경총의 류기정 전무는 "소규모 기업의 준비 실태를 고려했을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추가 유예가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의무 내용과 처벌 수준을 합리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경제계 제안.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등 4개 중소기업 단체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촉구' 서명운동 결과를 전달하고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앞서 중기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4개 단체가 지난달 8∼30일 중소기업 대표와 관계자를 상대로 진행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는 5만3925명이 참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준비 시간을 주는 것은 필요한 결정"이라며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면 소규모 사업장은 기업 운영을 포기하거나 범법자가 양산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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