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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고점 신호’에 변동금리 뛰어도 대출 몰린다
10월 고정금리 비중 8%p 축소
주담대 변동금리 1%p 높은데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 높게봐

미국발 금리 긴축 종료 조짐에 글로벌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리 고점 신호’가 나타나자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받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고려하면, 변동금리 상품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장기 고정금리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취급도 일부 중단되면서 변동금리 비중은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문제는 변동금리가 얼마나 빠른 수준으로 하락할지 여부다. 최근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고정금리는 하락세가 예상되는 반면 변동금리는 역으로 오름세가 전망되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말 취급된 고금리 예금 만기가 올해 말 돌아오면서 은행권이 앞다투어 예금 금리를 올리자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고공행진한 영향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비중 ‘올해 최대’...특례고정도 3.9조 줄어=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권에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은 67.2%로 전달(75.2%)과 비교해 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4.8%에서 32.8%로 늘어, 지난해 11월(35%)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올해 3월 이후 줄곧 10~20%대를 유지한 바 있다.

이는 일반 주담대 차주 사이에서 변동금리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변동금리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지며 내년 중 인하가 시작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며 “주담대는 평균 3년 이상의 상환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변동금리가 더 낮은 이자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다고 해도 지금 금리가 거의 고점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시점에선 되도록 빚을 내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굳이 꼭 빌려야 한다면 내년 하반기 주담대 금리가 3~4%대로 내린다는 것을 감안해 평균 이자를 따지면 변동금리로 빌리는 것이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장기 고정금리 정책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도 일부 작용했다. 지난 9월 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을 중단하면서, 특례보금자리론 10월 신청액은 1조2000억원으로 9월(5조1000억원)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신청부터 실제 실행까지 평균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10월 감소세가 금리 비중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11월 변동금리 비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변동↑·고정↓ ‘이례적 금리 혼조세’ 당분간 지속=특이한 점은 여전히 변동금리가 고정금리에 비해 높은 데다, 단기적으로 지표금리 상·하향 흐름이 엇갈리는 금리 ‘혼조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1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는 4.61~7.07%로 고정금리(3.82~6.12%)와 비교해 상·하단 각각 0.95%포인트, 0.79%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 말까지만 해도 상단금리 격차는 0.1%포인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는 변동금리에 반영되는 코픽스 금리가 지속 상승한 영향이 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9월 기준 3.97%로 전월(3.82%)과 비교해 0.15%포인트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연중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주요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예금금리가 지속 상승하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는 다섯 달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은행채(5년물, AAA) 금리는 4.132%로 지난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4.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최고 4.8%대까지 상승했던 은행채 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0.6%포인트가량 줄어들며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긴축완화 신호가 전세계 채권금리 시장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10월 물가 인상률 지표가 둔화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도 금리인상 종료와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월가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장중 5%대를 돌파했던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3일 기준 연 4.2%로 장을 마감했다.

금융권에서는 혼조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서 취급한 4%대 정기예금 비중은 전체 57.2%로 2007년 1월(70.3%)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코픽스 금리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코픽스 산정에는 다소 시차가 발생한다. 은행의 10월 자금조달 비용은 11월 코픽스 지표 산정에 반영된다. 이달 15일 발표될 신규취급액 코픽스에서도 상방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은행채 금리에는 별다른 상승 요인이 없다. 변동·고정금리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사실상 ‘고금리 장기화’가 나타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내 채권금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되레 미국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계속되며, 채권금리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지표금리 추이에 따라 주담대 변동·고정금리가 같은 흐름을 보이는데, 코픽스 금리가 뛰면서 10월 중 이례적인 혼조세가 나타났다”며 “고금리 예금이 계속 취급되는 상황을 볼 때 12월에도 코픽스 금리가 상승해 변동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광우·문혜현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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